인가 문턱 높았지만···제4 인터넷은행 논의 여전히 유효
혁신과 경쟁 촉진, 소비자 선택권 확대 위해 추가 인가 필요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17일 정례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냉정했다. 한국소호은행, 소소뱅크,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했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한국소호은행과 소소뱅크가 다음 인가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제4인터넷은행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컨소시엄들의 탈락 사유는 자본력과 영업 지속 가능성 및 안정성 등에서 미흡하다는 평가였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자에게 면허를 내주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불발이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이 불필요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는 없다. 심사 기준에 맞는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나오지 못했을 뿐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추진 필요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은행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3곳이다. 출범 초기 기존 시중은행에서 선보이지 못했던 새로운 비대면 상품들을 내놓으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 은행 모두 혁신 동력이 다소 약화된 상태다. 가계대출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으나 금융소비자, 특히 중·저신용자 등 취약차주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인터넷은행 추가 진입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중금리대출 확대,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 빅테크와의 융합 서비스 등은 현행 3곳만으로는 수요를 온전히 충족하기 어렵다. 금융산업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인터넷은행은 필요하다. 이번 심사 탈락으로 시점이 미뤄지더라도 제4 인터넷은행 논의가 중단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뜻은 아니다.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채널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보안·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자본력과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이 전제돼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시장 참여자들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도록 인가 절차와 심사 기준의 투명성, 신속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번 결과는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플레이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제4 인터넷은행의 탄생은 늦춰질 수 있다. 그러나 금융혁신과 경쟁 촉진, 그리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중요한 건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다. 이번 좌절이 더 나은 도전을 위한 발판이 돼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