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기업 계열사 상대 고소장 접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한 대기업 계열사가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거대 기업이 인수합병(M&A)을 미끼로 중소기업 기술을 확보한 뒤 독자 개발로 둔갑시켰다는 주장이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둔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현재 산업기술안보수사대를 중심으로 수사에 착수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A사는 방열 제품 제작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대기업 측은 A사에 인수합병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확인한 뒤 이를 활용해 별도의 계열사를 설립, 독자적으로 방열 제품을 개발했다는 주장이 고소장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소기업이 오랜기간 연구개발에 투자해 축적한 고유 기술을 대기업이 무단으로 활용, 공정경쟁 질서를 저해한 심각한 사안이란 지적이다.
경찰은 최근 경기도 소재 대기업 계열사 사무실과 협력업체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서류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조만간 대기업 측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대기업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방열 기술은 이미 학계 논문과 공개 자료를 통해 널리 알려진 범용 기술일 뿐 독창성이 없고, 자체 전문 연구인력의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한 제품이란 주장이다.
A사에 M&A를 제안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고 인수 실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모두 폐기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