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신뢰도 ‘빨간불’···기업 이미지 타격 불가피
개인정보 유출 물론 실제 부정 결제 위험 노출
당국, 엄중 제재 예고···실제 피해 발생 시 재무·법적 책임 피하기 어려워
향후에도 매각 난항 예상···대내외적 리스크 겹치며 시장 관심 멀어져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해킹 사고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해킹 사고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96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롯데카드에서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지며 기업 이미지와 경영 안정성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그동안 추진했던 매각 작업도 사실상 중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당수 고객들의 경우 실제 부정 결제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대내외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향후에도 매각 작업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목표 매각가를 약 2조원으로 설정했지만, 지난 5월 인수 후보군에 티저레터를 배포한 이후 4개월이 지나도록 참여 의사를 밝힌 원매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는 2022년 첫 매각 시도 당시 제시한 3조원대 희망가보다 1조원 낮아진 수치다.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를 인수한 가격은 2019년 1조3810억원, 지분 79.83% 기준으로 주당 인수가는 약 2만3146원이었다. 당시 주당순자산(BPS) 2만9260원을 고려하면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79배 수준이었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목표로 잡은 매각가 PBR은 약 0.75배로 추정된다. 지난 2022년 매각시도 이후인 2023년 롯데카드가 임원들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행사가격 기준 PBR이 0.75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수 가격 당시 PBR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롯데카드의 현재 상황이다. 롯데카드는 그 동안 각종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적 부진이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4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8% 감소하며 7대 전업 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카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해 1.7%에서 올해 1분기 0.2%로 급락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1%를 밑돌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실적 부진은 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기준 롯데카드의 연체율은 2.32%로 전 분기 대비 0.38%포인트 상승해 업계 평균(1.8%)을 크게 웃돌았다. 부실채권(NPL) 비율 또한 2.37%로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증가했다. 다른 카드사들이 NPL 비율을 1%대 중반 이하로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현재 롯데카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지만 부실 확대와 연체율 상승은 향후 회사 신용도 하락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신용등급 하향은 곧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주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가 회수불능 사태에 빠지면서 롯데카드에 불똥이 튀었다. 서울중앙지검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을 예상하면서도 ABSTB를 발행했는지 조사 중인데 롯데카드의 연루 가능성을 함께 들여다보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결정타는 해킹 사고였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 1일 일부 서버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금융당국에 신고했고 금융감독원은 다음날 금융보안원과 함께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당초 롯데카드가 보고한 유출 규모는 1.7GB였지만 현장조사를 통해 200GB 분량의 데이터가 반출된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

시장에서는 롯데카드에 대한 고객 신뢰도와 경영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롯데카드 해킹 피해 고객이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카드 전체 회원(올해 상반기 기준 967만명) 기준 세 명 중 한 명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의미다. 규모로는 지난 2014년 카드 3사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전체 유출 고객 중 28만명은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CVC번호 등이 유출돼 부정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민감 정보까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자 금융당국은 롯데카드에 엄정 제재를 예고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영업수익 등을 고려하면 롯데카드가 해킹 사고로 최대 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여기에 부정 결제 등 실제 피해가 발생될 경우 추가로 재무적, 법적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에도 롯데카드 매각 작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내는 물론 내년에도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체 실적 악화, 해킹 사고, 압수수색 등 대내외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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