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축 수주 1조원 돌파···창사 이래 최대
대형 건설사 못 가는 틈새시장서 존재감
수주 확대에도 수익성 회복은 과제

 GS건설 자회사 자이에스앤디가 주택 수주를 늘리며 반등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GS건설 자회사 자이에스앤디가 주택 수주를 늘리며 반등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GS건설 자회사 자이에스앤디가 반등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2년간 이어진 적자와 실적 추락으로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지만 올해 들어 주택·건축 부문에서 1조원 이상을 수주하며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실적 반영까지 시차가 필요하고 원가율 안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과제도 여전하다.

◇ 영업이익 98% 급락 후 반등 모색···수주 1조 돌파로 분위기 전환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이에스앤디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266억원) 대비 98% 급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1조5782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33% 줄었다.

특히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건축·주택 부문에서 원가율이 112%까지 치솟으며 ‘매출이 늘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이 때문에 모회사 GS건설의 실적 개선 흐름 속에서도 오히려 발목을 잡는 계열사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부진은 단순한 일시적 문제라기보다 사업 구조 자체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며 “주택 시장 침체와 공사비 상승이라는 외부 변수 속에서 방어적 전략에 머물렀던 것이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변화의 계기는 올해 3월이었다. GS건설 조달본부장을 지낸 구본삼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 보수적이던 수주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과거에는 공사비 부담과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면 구 대표는 오히려 “수주 정상화”를 내걸고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렸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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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에스앤디는 4월 경기 용인 김량장동 가로주택정비사업(1040억원)을 시작으로 5월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업무시설 개발(1844억원 중 90% 지분 확보), 7월 경북 상주 함창읍 공동주택(2398억원), 8월 서울 마포 망원동 모아주택(1522억원) 등 굵직한 계약을 연달아 따냈다.

자이에스앤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주택·건축 부문 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주택 신규 수주액(3849억원)에 맞먹는 성과를 불과 몇 달 만에 쌓아올린 셈이다. 규모 면에서도 단일 사업 최대 금액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 유형에서 고른 성과를 보이며 존재감을 키웠다.

◇ 모회사 대신 틈새시장서 존재감

자이에스앤디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략적 선택이 있다. 대형 건설사인 GS건설이 직접 뛰기 어려운 500가구 미만의 가로주택·모아주택 정비사업, 중소형 오피스·주상복합 프로젝트 같은 틈새시장에 집중한 것이다.

모회사 GS건설은 최근 몇 년간 모듈러·수처리 등 비핵심 사업 확장을 시도했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발목이 잡혔다. 결국 해외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을 청산했고,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도 매각했다. 다시 주택·건축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자이에스앤디가 틈새시장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브랜드 전략도 병행 중이다. 자이에스앤디는 주상복합에 ‘자이르네’, 오피스텔에 ‘자이엘라’라는 브랜드를 도입해 독자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일대는 8곳의 모아타운이 지정된 지역으로 향후 연계 수주를 통해 ‘브랜드 타운’을 형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는 단순히 개별 프로젝트 수주를 넘어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수주 확대에도 수익성 회복은 과제···원가율이 최대 변수

다만 이번 수주 성과가 곧바로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업 특성상 착공, 분양, 준공 등의 과정을 거쳐 매출로 잡히기까지 최소 2~3년의 시차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올해나 내년 실적에서는 아직 뚜렷한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원가율 안정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자이에스앤디는 2023~2024년 연속으로 주택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사비 상승과 분양 부진이 겹치며 매출원가가 매출을 초과한 결과다. 올해 1분기 원가율이 99%로 2년 만에 100% 아래로 내려오며 긍정적 신호를 보였지만 안정적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이에스앤디가 수도권과 지방에서 굵직한 사업을 확보한 것은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다만 실제 이익을 남기는 구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픈 손가락’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지는 향후 2~3년간의 실적이 가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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