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컸던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경감안은 없어···업계 “변화폭 크지 않아”
'펀드 특례 적용 기준 자의적' 비판 이어질듯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생산적 금융'을 위한 은행 자본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예상보다 완화 정도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조정은 언급이 없었다.

더불어 금융위는 올해 초 펀드 투자에 대한 특례 적용의 기준으로 마련한 ‘후순위 7.4%’안은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주식·펀드 위험가중치만 하향조정···기업대출은 그대로

금융위원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권 자본규제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은행이 가능성 있는 기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자본 규제를 일부 완화해주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선 당초 예상보단 규제 완화 폭이 작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올해 초 금융위가 생산적 금융 논의를 시작할 당시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이 보유한 주식, 펀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는 안만 발표한 것이다. 

위험가중치는 은행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활용하는 수치다. BIS비율은 분자는 은행은 자기자본, 분모는 위험가중자산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위험가중자산은 각 자산에 해당 자산이 부실에 빠질 위험에 따라 산출한 가중치인 위험가중치를 곱해 산출한다. 

은행은 BIS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기에 위험가중치가 큰 자산에 대한 투자는 되도록 피한다.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불어나 BIS비율 지표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주요 자산인 대출채권 가운데서 위험가중치가 높은 것은 기업대출이고, 주식과 펀드의 경우 비상장 기업의 주식과 관련된 상품에 대해서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이에 은행은 가능성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출과 투자를 꺼린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안을 마련한 것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 경감안도 예측 가능한 수준이란 평가다.  현재 국내 기준은 비상장주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400%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원칙적으로 250%로 낮춰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단기매매 목적으로 비상장주식이나 벤처기업 주식을 보유할 경우 위험가중치 400%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특별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 아닌, BIS비율 규정이 정한 그대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BIS 기준보다 더 엄격한 수준으로 규제를 시행했다. 

◇ ‘후순위 7.4%’ 펀드 특례 기준 유지···논란 지속될 전망

더불어 펀드에 대한 위험가중치 개선안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펀드는 주식 위험가중치 조정에 따라 펀드도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문제는 펀드 특례 요건이다. BIS비율 규정에 따르면 은행이 다음과 같은 정부의 정책기금, 펀드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투자금에 대한 위험가중치 100%를 적용할 수 있다. 정부가 ▲특정 경제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의 투자금액에 대해 보조 또는 투자를 제공하고 ▲해당투자에 대해 일정한 정부 감독 및 제한 사항을 포함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위험가중치를 250% 혹은 400%를 적용하는 대신 100%로 낮춰주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정부가 설정한 펀드의 전체 자금 중 7.4%를 정부가 후순위로 투자하면 특례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규정의 두 번째 항목인 ‘은행의 투자금액에 대해 보조 또는 투자를 제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금융위가 발표한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안에서 설명했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다. 

하지만 정부의 후순위 7.4% 투자가 은행의 투자에 중요한 보조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투자금의 극히 일부인 7.4%를 정부가 보증해주는 것을 두고 정부가 투자액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제공했다고 보기에 어렵단 것이다.

더구나 후순위보강을 해주는 투자금 규모인 7.4%가 정해진 근거도 빈약하다. 투자 대상 기업의 부실 가능성과 예상되는 부실규모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전체 투자금의 위험가중치를 100%로 맞추기 위해 후순위보강 비율을 끼워맞춘 것이란 비판이다. 

이 방법은 변제 순위가 가장 나중이 되는 투자금 7.4%에 대해선 위험가중치의 최대치인 1250%를 부여하고, 나머지 투자금 92.6%에 대해선 사실상 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예컨대, 전체 펀드 투자금이 1000만원이라면 이 가운데 정부가 투자하는 74만원에 대해선 1250%를 부여하겠단 것이다. 이러면 나머지 투자금 926만원에 대해 위험가중치 0%를 부여하더라도 전체 투자금에 대한 위험가중자산은 10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 1000만원에 가까워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것은 아무래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어길 수 있기에 금융위가 이를 시행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후순위 7.4%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정부가 보조하는 규모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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