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계 의견 반영해 건안법 보완
사고 반복 시 단계적 가중치 적용···중소건설 “적용 범위 확대돼 부담 여전”

서울의 한 아파트 신축 건설현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신축 건설현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현장 사망사고 발생 시 건설사에 매출의 최대 3% 과징금을 물리도록 한 건설안전특별법이 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가 절충안을 내놨다. 과징금 상한을 1000억원으로 정하고 사고가 반복될 때만 비율을 높이는 누적형 가중치 방식도 검토한다. 대형사는 숨통이 트였지만 중소건설사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안법 정부 수정안을 보고했다.

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원안에는 사망사고 발생 시 1년 이하 영업정지나 매출액 3%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에 해당하는 과도한 제재라는 반발이 컸다. 이에 정부는 연 매출의 3% 규정은 유지하되 상한액을 1000억원으로 설정해 과징금 부담을 줄였다.

또한 사고 횟수별 가중치를 도입해 제도의 강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최초 사고 시 낮은 비율을 적용하고 동일 기업에서 사고가 반복될 경우 점진적으로 과징금률을 올려 최대 3%까지 부과하는 방식이다. 구체적 가중치 비율은 연구용역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발주청과 인허가기관, 시공사 안전관리 수준 등을 평가해 공개하고 그 결과를 과징금 감경이나 포상에 반영하는 유인책도 신설된다. 다만 적용 대상은 확대됐다. 기존 건축·토목에 더해 전기·통신·소방·국가유산 수리까지 포함된다.

문진석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발의안에 대한 수정·보완 성격으로 국토부가 정부와 협회 의견을 종합해 수정안을 보고했다”며 “정부 조율 외에도 의원실로 들어온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조문상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검토한 뒤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숨통은 트였지만 부담은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대형사는 상한액 덕에 예측 가능성이 확보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중견·중소사는 사고 가중치와 관리평가 제도에 따라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전기·통신·소방·국가유산 수리 등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진 점은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건설현장 인명사고를 두고 업계와 정부 모두를 질타해 왔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건안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입법이 마무리되면 과징금 상한, 가중치 적용, 안전관리 평가 등 구체적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 의견을 일부 반영한 건 맞지만 안전 강화를 압박하는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결국 법안 세부 설계 과정에서 가중치 비율이나 안전관리 평가 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현장 부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과 영업정지 요건 강화, 등록 말소 기준 확대 등을 발표했다. 건안법과 별개로 행정부 차원의 제재도 병행되고 있어 건설업계 전반에선 안전 관련 규제가 다층적으로 강화되는 흐름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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