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에 대형 시중은행 3곳 참여했지만 설립 후 증자 참여 확약 못받아···인가 심사서 탈락
소상공인 전문 대출 사업성 떨어져···최대주주 KCD 능력도 약하단 평가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한 한국소호은행이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실제론 아니었단 지적이 나온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세 곳의 대형 시중은행으로부터 설립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란 약속을 받아내지 못해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업계에선 한국소호은행이 표방한 소상공인 전문은행의 사업성이 약하기에 벌어진 일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통해 예비인가를 신청한 4개 사업자의 인가를 불허했다고 발표했다. 유력 후보자인 한국소호은행도 고배를 마셨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우리·하나·농협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이 참여해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단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은행 설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측면인 자본조달 능력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인가를 받은 세 개의 인터넷은행도 대형 시중은행은 각각 한 곳만 참여했다. 더불어 부산은행, 흥국생명, OK저축은행 등 다수의 굵직한 금융사들이 참여하기로 하면서 인가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한국소호은행은 알려진 것과 달리 자본 동원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소호은행의 대주주인 한국신용데이터(KCD)는 설립 이후 진행되는 유상증자에 우리·하나·농협은행의 참여를 약속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영업하기 위해선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 요건을 만족시키는 것 만큼이나 향후 증자에서 자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하나·농협은행은 한국소호은행의 설립 이후 증자에 대해선 투자의향서조차도 내지 않았다”라면서 “앞서 설립된 인터넷은행의 경우 컨소시엄에 포함된 시중은행이 증자에 참여한다는 투자확약서도 다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예고된 결과란 의견이 나온다. 소상공인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은행은 사업성 자체가 약하기에 시중은행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단 것이다. 소상공인 대출은 다른 대출 대비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계속 늘고 있다. 부실화된 대출이 늘어나면 비용 항목인 대손충당금이 불어나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 그만큼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든다.
실제로 토스뱅크는 설립 초기에 다른 인터넷은행과 달리 소상공인 대출을 크게 늘렸는데, 그 결과 부실채권이 불어나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토스뱅크는 지난 2023년 2분기 이후로 8개 분기 연속으로 소상공인 대출 잔액을 줄이고 있다. 그래도 토스뱅크는 개인금융의 비중이 크기에 소상공인 대출 부실화의 충격을 어느정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상공인 전문인 소호은행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충격은 더 클 것이다.
최대주주인 KCD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점도 탈락의 원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설립된 세 곳의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와 토스뱅크의 비바리퍼블리카는 모두 국내에서 손꼽히는 모바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설립을 주도했던 KT는 자본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KCD는 플랫폼 경쟁력, 자본력 모두 이들에 미치지 못한다.
더불어 정치적 문제도 이번 결과의 원인 중 하나란 관측도 있다. 제4인터넷은행 사업은 전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새 정부가 적극적일 수 없단 의견이다. 더구나 현재 금융위원회는 조직이 사라질 수 있다. 현 정부의 눈치를 최대한 봐야하는 상황이기에 전 정부 사업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사업성이 없다고 보고 시중은행이 발만 걸쳐 놓은 것인 셈”이라며 “사실 전 정부 기간 동안에도 시중은행은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큰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