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닷엑스, 비용 효율성과 속도 동시 달성
통화 요약·회의록·제조 현장 등 산업 적용 확대
국내 컨소시엄 협력으로 옴니모달 경쟁력 강화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에이닷엑스(A.X)는 한국어 특화 데이터와 자체 기술로 GPT-4o 대비 처리 비용을 34% 줄이고 속도를 1.5배 높였습니다. 통화 요약과 회의록 자동화, 제조 도면 분석 등 산업 현장 적용을 넓히고 있으며, 크래프톤·리벨리온·서울대 등과 함께 풀스택 컨소시엄을 통해 주권형 AI 경쟁을 선도하겠습니다.”
김태윤 SK텔레콤(SKT) 파운데이션모델담당 부사장은 18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11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 2025)’에서 ‘A.X : SKT 자체 LLM 소개 및 발전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어 특화 기술로 초거대 언어모델 성능 끌어올려
SK텔레콤은 2019년 한국 최초 딥러닝 언어모델 ‘코버트(KoBERT)’를 공개하며 대규모 언어모델(LLM) 연구를 본격화했다. 이후 생성형 언어모델 코GPT-2, 지식 대화 모델 등을 차례로 내놓았고 올해는 자체 개발한 720억(72B)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의 A.X 4.0을 선보였다.
김태윤 부사장은 A.X의 성과로 “한국어 특화 데이터와 자체 토크나이저(문장을 처리 단위로 나누는 기술)를 통해 기존 상용 모델 대비 처리 비용을 34% 줄이고, 속도는 1.5배 높였다”고 설명했다. A.X는 최대 128K 컨텍스트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소설 한 권 분량의 긴 문서도 무리 없이 다룰 수 있다.
그는 또 “GPT-4o와 견줘도 한국어 성능은 손색이 없다”며 “글로벌 빅테크 모델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SKT는 데이터 품질 확보를 위해 자체 수집·필터링·검증 체계를 마련했고, ‘선호도 학습(Preference Tuning)’을 적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을 정교하게 제시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김 부사장은 A.X를 단순한 연구 성과에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주권형 AI’(외국 빅테크 의존을 벗어나 한국이 자체적으로 개발·운영하는 초거대 AI)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그는 “한국어에 최적화된 독자 모델을 확보해 글로벌 초거대 언어모델 경쟁에서 우리만의 영역을 만들겠다”며 “텍스트를 넘어 음성·영상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옴니모달’ AI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옴니모달은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연결하는 차세대 인공지능을 뜻한다.
◇일상 통화부터 산업 현장까지 활용 범위 넓혀가
이미 A.X는 실제 서비스에도 적용돼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 사례가 통화 요약 서비스다. SKT의 인공지능 비서 ‘에이닷(a.)’은 A.X를 기반으로 하루 약 5000만 건의 API 호출(프로그램 간 요청)을 처리한다. 이용자는 통화 종료 후 대화 내용을 요약본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약속·할 일도 자동 추출된다. SKT는 “외부 모델을 사용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겠지만, 자체 모델을 활용해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의록 자동화도 활용도가 높다. 1시간 분량의 회의 내용을 그대로 입력하면 간결한 요약본이 생성돼 기업 현장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제조업에서는 설비 배관도(P&ID)를 기반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면을 분석해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시범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김 부사장은 “초기 단계지만 산업 안전과 효율성을 높일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적용과 함께 SKT는 ‘풀스택 컨소시엄’ 전략을 강조했다. 풀스택이란 데이터·모델·반도체·서비스를 한데 아우르는 생태계를 뜻한다. SKT가 주관하는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에는 크래프톤, 포티투닷, 라이너, 리벨리온, 셀렉트스타, 서울대, KAIST 등 국내 대표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한다. SKT는 대형 모델을 개발하고, 서울대·KAIST는 선행 연구를 뒷받침한다. 크래프톤과 포티투닷은 게임·모빌리티 분야 응용을, 라이너는 글로벌 지식 검색을 담당한다. 셀렉트스타는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검증을 맡으며, 리벨리온은 국산 AI 반도체 기반 서빙 플랫폼을 개발해 모델 학습과 추론 효율을 높인다.
김 부사장은 “서비스 현장에서 검증된 노하우와 다양한 산업군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며 “국산 반도체와 결합해 대형 모델 서빙까지 자체화함으로써 주권형 AI 경쟁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