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10년→2심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法 “횡령·배임, 불법영득의사 단정 어려워” 무죄
계열사 부당지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만 유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33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고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 회사를 부당지원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법적 판단이 2심에서 크게 변경됐다.
1심이 대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과 달리 2심은 처벌 수위가 높은 횡령·배임 혐의는 무죄로 뒤집고, 공정거래법 위반만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선고형도 크게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종호 부장판사)는 18일 박 전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이자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에 대한 박 전 회장의 지배력을 회복·확대할 목적으로 계열사 네 곳 자금 3300억원을 동원해 금호산업 주식을 사들인 혐의로 2021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지분 전량을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넘긴 혐의(배임)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 자금 1306억원을 금호기업에 무담보 저금리로 빌려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 30년어치를 1333억원에 스위스 게이트그룹(현 HNA그룹)에 저가 매각한 혐의도 받았다.
2심은 우선 금호산업 주식 인수 과정의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담보 제공과 구체적 변제 계획, 실제 원리금 변제가 모두 이뤄진 점을 근거로 “자금을 자기 소유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 배임 혐의도 “매각 가격이 적정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가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 양도 관련 배임 혐의 역시 무죄로 결론냈다.
반면 금호그룹 계열사가 금호기업에 무담보 저금리로 거액을 대여한 행위,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계약과 관련해 게이트그룹 계열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박삼구와 금호산업 등이 계열사에 부당이익을 제공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죄 성립을 인정했다.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는 “구체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이미 1심 유죄 판결로 상당 기간 구금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2022년 8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이듬해 1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