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p 내려···'빅컷' 시장 예상과 어긋나
파월 "관세 정책으로 물가 상승 지속될 것"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매파적'(통화긴축선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메세지도 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전날 시작해 이틀 동안 이어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내린 결정이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5번 연속 동결 행진을 이어오다가 이번에 하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선 첫 금리 인하다. 

연준은 FOMC 발표문에서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의 성장이 올해 상반기에 완화됐음을 시사한다"면서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은 상승했으며, 다소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며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한 대목은 빅컷은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당초 시장에선 연준이 빅컷을 시행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겸임)도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0.50%포인트 인하에 투표했다. 나머지 FOMC 위원은 0.25%포인트 인하로 투표했다.

더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 “회의별 상황(meeting-by-meeting situation)”에 있다고 밝혔다. 10월과 12월 회의 전 나오는 물가와 고용 데이터를 보면서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이에 더해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대해 우려의 뜻도 내비췄다. 그는 “상품 가격 상승이 올해 인플레이션 상승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이는 매우 큰 효과는 아니지만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지속해서 누적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3.6%로 제시했다. 지난 6월 발표했던 3.9%에서 내린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추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FOMC 회의는 10월 28∼29일과 12월 9∼10일 두 차례 남았다.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를 보면, 전체 연준 위원 19명 가운데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는 12명이다. 한 차례만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2명이었으며, 두 차례(0.50%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는 9명이었다. 이들 중 1명은 앞으로 추가로 1.2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미 금리 역전 부담이 완화된 만큼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에 무게 추를 옮기고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부동산 불안과 한·미 무역 협상 교착 등 여전히 풀리지 않은 변수로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다소 불투명하단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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