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49층·5893가구 재건축 확정, 연말 통합심의 목표
상가 지분 400여개, 아파트 전환 시 분담금 부담 가중
성남·개포·목동 사례처럼 상가 합의 여부가 사업 속도 결정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에 상가 문제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상가 지분만 400여개에 달해 아파트가 배정될 경우 일반분양 축소와 조합원 분담금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상가 합의가 은마 재건축의 속도와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높이제한 철폐로 49층 확정···본격 추진 탄력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최근 정비계획 변경안이 최종 확정됐다. 변경안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지상 49층, 5893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조합은 연말까지 통합심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1979년에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현재 14층, 28개 동, 4424가구로 이뤄졌다. 그동안 수차례 재건축을 시도했지만 안전진단, 층수 제한, 내부 갈등 등으로 번번이 좌초됐다. 2015년 50층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당시 ‘35층 규제’에 막혔고, 2023년 35층 정비계획도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진전이 없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재건축 높이 제한을 전면 폐지하면서 재건축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조합은 올 1월 층수를 기존 35층에서 49층으로 변경하는 정비계획 변경을 신청했고, 8개월 만에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되면서 본격 추진이 가능해졌다. 통합심의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완료한 이후에는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 착공·분양 등을 거치게 된다.

◇ 200~300가구 아파트 배정 가능성도

현재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최대 변수로 상가가 꼽힌다. 은마상가는 부지면적만 6000㎡ 규모로 대치동뿐 아니라 도곡동, 개포동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상가다. 상가 지분만 400여개에 달한다. 해당 지분은 아파트나 상가로 배정되거나 현금청산된다. 업계에서는 상당수가 아파트 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분에 따라 200~3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상가 지분의 아파트 전환이 늘어날수록 외부에 판매할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일반분양 수입이 감소하면 그만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조합원들의 평형 선택도 변수다. 30평대 소유자가 40평대를 원하면 면적 소모가 커지고 일반분양은 더 줄어든다.

조합은 상가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일찍부터 협의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상가 측과 협약을 맺고 새 아파트 조감도에 상가 위치를 반영했다. 특히 현재 대치역 인근 코너 자리를 그대로 보존하겠다고 약속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 그래픽=시사저널e

또한 ‘독립정산제’라는 방식을 도입해 상가와 아파트의 돈 계산을 따로 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아파트 조합원은 아파트 비용만, 상가 조합원은 상가 비용만 부담하는 방식이다. 상가는 임대료와 영업권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아파트와 한데 묶어 정산하면 분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 소송 vs 합의, 재건축 속도 명암 갈라

상가 문제는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성남 은행주공은 상가 소유주와 조합이 이익 배분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으로 번졌다. 상가 측은 자신들의 지분과 영업권 가치를 합치면 300억원 이상 받아야 하고 아파트 분양권도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조합은 100억원 남짓만 타당하다고 봤고 분양권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상가 측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총회를 막아 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이 상가 측 신청을 기각하면서 총회가 예정대로 열렸고, 관리처분계획과 독립정산제 협약안이 가결돼 사업은 가까스로 재개됐다. 다만 상가와 조합 간의 근본적 이견은 남아 있어 향후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재건축 조합은 최근 총회에서 상가 조합원과의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조합원들이 784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가구당 1500만원 수준이다. 조합과 상가 측은 개발이익 귀속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 1심에서 상가 측이 승소했다. 조합은 항소했지만 소송이 길어질 경우 비용 증가와 분담금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목동신시가지6단지는 상가와 빠른 협의를 통해 속도를 확보했다. 조합은 상가 소유주 48명에게 신축 상가와 아파트 입주권을 모두 주기로 합의했다. 분양 수익은 줄었지만 소송이나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덕분에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마아파트 역시 상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향후 사업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다른 단지 사례에서 보듯 협의가 늦어지면 소송으로 이어져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조기 합의에 성공하면 사업이 빠르게 추진된다”며 “은마 조합이 독립정산제를 도입해 분쟁을 줄이려는 만큼 실질적인 이익 배분 기준을 투명하게 마련하고 상가 측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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