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간식서 AI·헬스케어까지… 진화하는 반려동물 산업
유기동물 입양 연계·시니어 펫케어 등 사회적 가치 모델도 확산
“규제·윤리적 논의 선행돼야 지속 가능한 성장 가능”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최근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펫(pet)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도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단순 커머스(commerce) 플랫폼을 넘어 AI(인공지능), 카메라 인식,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펫테크(PetTech) 기업들의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유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조원 규모에 그쳤던 점을 감안했을 때 약 10년 사이 이른바 ‘댕냥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동물등록현황’ 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및 양육 가구 비율은 각각 약 1500만명, 28.6%로 추산된다.
이와 같은 국내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규모 확대도 확실하게 점쳐지면서, 국내 상당수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오는 2030년 글로벌 펫 시장의 규모는 2000억 달러(한화 약 277조8800억원)를 상회할 것을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펫 시장은 사료·간식·용품이 대부분이었다”며 “현재 소비 트렌드는 ‘펫팸족’(펫+패밀리) 문화 확산과 함께 고급화·전문화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휴먼 그레이드’(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프리미엄 간식,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반려동물 보험, 돌봄 플랫폼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 급식기, 스마트 화장실, GPS 목걸이 등 IoT 기반의 반려동물 관리 기기가 각광받고 있다”며 “기술과 데이터가 접목된 펫테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고, 사용자들의 니즈(needs)를 반영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 현재 국내 스타트업 기업 중에는 다양한 펫테크 서비스를 통해 틈새를 파고들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핏펫’의 경우 반려동물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당뇨병, 신부전, 구강 질환 등 반려동물의 건강을 집에서 1분 만에 검사·확인할 수 있고,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핏펫 서비스의 특징이다. 아울러 사용자와 거리·증상별 검증된 병원을 연계한 서비스는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의 커머스 플랫폼에 헬스케어 콘텐츠를 결합한 ‘펫프렌즈’도 종합 플랫폼으로써의 입지를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 펫프렌즈는 92만건에 이르는 반려동물 고객정보, 8억건의 고객 행동 데이터, 37만건의 상품 속성 데이터, 1700만건의 구매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반려동물 용품, 사료, 건강 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신원확인을 위한 AI 비문(코 주름) 인식 기술을 개발한 ‘펫나우’가 대표적이다. 펫나우의 ‘오토 포커싱’ 기술은 이전 내장 마이크로칩 방식과 달리 간편하면서도 정밀하고 선명한 생체정보 취득이 가능해 반려동물의 신원확인은 물론, 유기동물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또한 집에서도 간편하게 등록이 가능하고, 지도 기반 실종신고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 유실 시 즉시 주변에 알리는 기능으로 유기동물 관리의 실효성을 제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도 펫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유기동물 입양 연계 플랫폼, 판매 수익 일부 보호소 기부·보호소 협업 등 사회적 가치 창출 서비스와 ‘반려동물 고령화’에 대응하는 ‘시니어 펫케어’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에 대한 장례 및 장례 후 서비스는 이들의 ‘가족’인 반려인들의 발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1그램’의 경우 전문 장례지도사를 배치해 복잡한 장례, 장례 준비물, 장례 후 절차 등을 지원하며 반려인이 먼저 떠난 반려동물에 대한 추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기존의 화장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네오메이션’은 물과 알카리 용액을 사용한 ‘아크아메이션(수분해장)’ 기술을 도입했다. 네오메이션의 ‘NP40’은 매연, 악취, 소음, 진동 등이 발생하지 않고, 이전 유골 처리 과정에 존재했던 절차·현실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펫테크 산업이 단순히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 성장 가능성을 갖춘 분야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벤처캐피털과 임팩트 투자사들도 국내 펫테크 스타트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VC(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펫테크는 라이프스타일 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며 “AI·헬스케어·핀테크 등과 접목 가능성이 높아 투자 매력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펫 시장의 급성장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 서비스, 보험 서비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적, 규제적 허점과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또한 반려동물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윤리적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