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건설사, 시공역량 활용해 골프장 건설 용이···보유사례 많아
수년 전 코로나19 특수 이후···접근성 떨어지는 골프장은 수익성 내리막길

골프장을 보유한 중견건설사들의 골프장 수익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표=정승아 디자이너
골프장을 보유한 중견건설사들의 골프장 수익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빚내서라도 친다는 가을 골프시즌이 다가왔다. 골퍼들도 가을을 기다려 왔지만 골프장을 운영하는 다수의 건설사도 잔디 정비와 함께 손님맞이 기대감에 들떠있다.

다수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국내 중견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땅만 있으면 시공역량을 활용해 골프장으로 개발, 운영하는 게 타 업종대비 용이한 덕에 다수의 건설사가 골프장 운영에 손 뻗었다. 최근에는 주택구매 시장의 실수요층인 4050세대 중장년층 다수의 취미가 골프라는 점에 착안해 골프단 운영까지 더해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골프에 진심을 보이는 대표적 건설사로는 호반건설, 부영주택, 반도건설, 대보건설 등이 꼽힌다.

호반건설은 창업주 김상열 회장은 제 13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으로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KLPGA 수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도 15대 회장직에 올랐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도 학부에서 골프산업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부자의 골프 사랑은 유별나다.

골프에 대한 애정은 골프장 관리로도 이어지며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조회공시시스템을 보면 2021년 283억원이던 호반건설의 골프장 수익은 2022년 342억원, 2023년 36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84억원까지 3년 연속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다수의 골프장이 2021년과 2022년 수익이 코로나 특수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도건설도 자회사 반도개발을 통해 더크로스비GC와 보라CC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 역시 2023년 69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에는 85억2000만원으로 23%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 특수 거품이 걷힌데다가, 근래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골프장 내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는 곳이 늘어났음에도 실적이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과 반도개발 모두 서울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골프장을 보유했다는 이점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21특수라는 럭키 바운스를 누린 이후 실적에서 이렇다할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영주택이다. 부영주택은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골프장까지 더하면 삼성보다도 더 많을 정도로 부영 역시 골프에 진심이다.

다만 실적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2021년에는 골프장 수익으로 127억원을 내고 2022년에는 166억1000만원까지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추세다. 2023년에는 140억원, 2024년에는 126억7000만원까지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부영주택이 국내 보유한 골프장은 마에스트로CC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강원도 태백, 제주도, 전라도 나주 등 지방에 위치해 수도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대보건설도 서원레저를 통해 서원밸리CC 등 골프장을 보유 중이다. 코로나 특수로 실적의 정점을 찍고 2023년에는 주저앉았다가 다시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81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직전해 대비 65%나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대보건설은 지난 2022년 골프단도 창단해 운영해오고 있다. TV 광고 제작 보다 적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골프에 관심 많은 중장년층에 확실히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골프장 수익성이 제각각임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매개로 한 사업을 이어가는 이유로 ‘내실’을 꼽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접대수요도 줄었고 원정 골프는 늘었다. 게다가 날씨 악재로 골프장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골프장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보면 토지가격 상승만큼 매각시 홀당 가격이 높아지는 등 땅값 상승도 덤으로 얻을 수 있고,  골프단을 운영하면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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