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중독 치료제 ‘IVL3004’, 임상 1상 긍정적 결과
베링거인겔하임 공동 개발로 글로벌 협상력 강화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인벤티지랩이 장기지속형 주사제 연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확보하며 글로벌 기술이전(L/O)을 준비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공동개발이 물질이전계약(MTA) 단계로 확대된 데 이어 자체 파이프라인 임상 결과도 긍정적으로 나온 점은 L/O 논의에 협상력을 강화할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형 약물중독치료제 ‘IVL3004’의 임상 1상 결과 동일 성분(성분명 날트렉손)의 시판약 대비 차별적 우위를 보였다고 밝혔다.
IVL3004의 임상 1상 결과 양호한 안전성 및 내약성이 확인됐으며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경미한 수준을 보였다. 피험자 중 주사부위 부작용 지속기간은 IVL3004 투여군(3.8일 및 4.9일)에서 동일 성분의 시판약 ‘비비트롤’(18.2일) 대비 짧았으며 중대한 이상반응, 사망, 치료 중단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 IVL3004 미국, 유럽 위주로 L/O 타진
IVL3004는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유일한 장기 지속형 약물중독 치료제다. 오피오이드 중독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 중인 ‘날트렉손’ 1개월 장기 지속형 주사제다. 인벤티지랩은 이번 IVL3004 임상 1상 결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해 수익 창구를 확대하고,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IVL3004 상업화를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약물 중독 특성상 국내보다 해외 시장이 더 크다”며 “IVL3004 호주 1상이 끝나고 결과가 확보된 만큼 약물 중독 시장이 큰 미국과 유럽 등으로 글로벌 기술이전 수요 모색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인벤티지랩은 마이크로플루이딕스(Microfluidics) 기반의 원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유전자·mRNA 치료제용 약물전달 시스템(Drug delivery-System, DDS)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제조 플랫폼으로 약물 미세구체를 제제화하는 기술인 'IVL-DrugFluidic'을 보유하고 있다. 비만·당뇨, 탈모, 치매 등을 다깃한 다양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기존처럼 매일 맞는 주사 대신 투약 횟수를 크게 줄이면서도 효과를 유지해 환자의 편의성과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비만약 시장의 성장과 함께 장기지속셩 주사제를 통한 월 1회 투약 기술이 차세대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업들의 기술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 적응증 + 후보물질 다각화···기존 제품 단점 개선
특히 국내외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대부분은 비만, 당뇨, 지방간염 등 대사성 질환에 후보물질이 집중돼 있다. 다만 인벤티지랩의 약물 미세구체를 제제화하는 기술은 펩타이드나 단백질 기반 치료제의 생체이용률 향상과 약물방출 패턴 최적화에 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탈모, 치매, 약물 중독, 전립선암 및 자궁내막증, 전립선 비대증 등 분야별 적응증마다 적용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남성형 탈모 치료제로 1개월 지속형 주사제 ‘IVL3001’와 3개월 지속형 주사제 ‘IVL3002’, 치매 치료제로 1개월 지속형 주사제 ‘IVL3003’, 3개월 지속형 주사제 ‘IVL3022’가 있다. 이 밖에도 당뇨·비만 치료제로 1개월 지속형 주사제 ‘IVL3021’과 ‘IVL3024’도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이중 임상 진행 정도가 가장 빠른 약물은 1개월 지속성 주사제로 개발 중인 탈모 치료제 IVL3001이다. 국내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기존 경구제품의 단점(복약 순응도, 부작용)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1개월 지속형 당뇨·비만 치료제 IVL3021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유한양행과 공동개발 중이다. 전임상 중간 결과에서 1개월간 안정적인 혈중 약물 방출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했다. 내년 상반기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할 예정이다.
◇ 베링거인겔하임과 MTA 체결···후속 계약 기대감
지난달에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 계약을 물질이전계약(MTA)으로 확장했다. MTA는 계약 상대방이 후보물질을 직접 전달받아 유효성과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업계에서는 기술이전 초기 단계 계약으로 여겨진다. 이에 베링거인겔하임이 진행하는 체내 약동학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후속 개발 계약이 진행될 전망이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탈모 치료제 IVL3001의 경우 국내 2상을 앞두고 있고, 3개월형인 IVL3002는 호주에서 임상 1·2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임상을 진행하면서 향후 개발 계획을 비롯한 기술이전 전략도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은 IVL-DrugFluidic을 활요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후보제형을 개발하는 것이 골자”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베링거인겔하임과 공동 연구 결과가 좋으면 본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협업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IVL-DrugFluidic의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을 수 있어, 플랫폼 기술이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레코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