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유가증권 처분이익, 전년 동기 대비 44%↑
금리 내려가면 채권 가치 올라···당분간 처분할듯
금리 하락·가계대출 규제···비이자이익 확대 전략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형 시중은행이 최근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보유한 채권을 처분해 차익을 늘리고 있다. 금리 하락으로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자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이다. 더구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도 임박했기에 시중은행의 이러한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OCI)’으로 분류한 유가증권 처분 이익은 39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 크게 늘었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신한은행이다. 올 상반기 11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급증했다. 그 다음 국민은행이 8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었다. 우리은행(802억원)은 같은 기간 108% 늘었고, 하나은행(1195억원)은 21% 증가했다.
시중은행이 얻은 OCI 처분이익은 대부분 채권을 팔아 얻은 이익이다.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상품에 대한 국제회계기준(IFRS9)에 따르면 OCI로 분류된 금융상품을 처분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을 당기순익에 반영할 수 없다. 하지만 채권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시세가 변동하는 폭이 크지 않기에 채권의 처분 이익은 순익에 반영하도록 돼 있다.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시중은행이 기존에 보유한 채권을 본격적으로 처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채권의 가치는 금리와 반비례 관계로,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치는 올라가 이를 매각하면 차익을 얻는다. 시장금리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국고채 3년물의 지난해 6월 말 금리는 3.182%였지만 1년이 흐른 올 6월 말엔 2.452%로 0.73%포인트 내려갔다. 시중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벌어진 ‘제로금리’ 시기 동안에도 채권을 대거 처분해 이익을 거둔 바 있다.
덕분에 시중은행의 비이자이익도 늘었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은 핵심인 예금·대출 사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시중금리가 내려가 수익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의 올 2분기 NIM의 단순산술평균치는 1.55%로 전년 동기 1.59%에서 0.04%포인트 내려갔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은행의 NIM이 떨어졌다. 국민은행은 NIM 하락으로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더불어 가계대출 규제도 예대사업의 걸림돌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27일 내놓은 가계대출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에 대한 대출의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더불어 하반기부터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총량목표를 당초 계획의 50%로 줄였다. 올해 초 당국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성장률을 1~2%로 묶었는데, 이보다 더 늘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게다가 이달 7일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40%로 낮췄다.
시중은행의 이러한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8월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온 데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와 부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시장에선 9월 이후에도 연준이 연내에 추가 인하를 진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러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모기업인 금융지주의 밸류업 정책 때문에 기업대출도 많이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