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할부금융 취급액 2조6473억원···전년比 8.2%↑
삼성카드 취급액 증가 폭 가장 커
여전채 금리 안정화에 車할부금리 하락세
신용판매·카드론 수익성 악화···대체 수익원으로 할부금융 주목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들어 카드사들의 할부금융 취급액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반기 삼성카드의 할부금융 취급액이 1년 새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카드사들의 주요 수익 기반이 흔들리자 할부금융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할부금융업을 영위하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우리카드)의 올해 상반기 할부금융 취급액은 2조64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4460억원보다 8.2% 증가한 규모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의 취급액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삼성카드의 할부금융 취급액은 지난해 상반기 417억원으로 6개 카드사 중 가장 적었으나 1년 새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올 상반기 1506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해 국내 신차 판매 시장이 성장했으며 내수경기 활성화에 효과가 큰 자동차 시장에서의 구매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취급액 규모로는 신한카드가 953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8.8% 증가한 수치다. 뒤이어 KB국민카드가 같은 기간 7294억원에서 7992억원으로 9.6% 늘었고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16.6%, 23.6% 증가해 4550억원, 2721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우리카드는 6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할부금융 취급액이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883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70억원 수준으로 91.0% 급감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경쟁 심화 등 수익성이 저조한 할부금융 자산 포트폴리오를 축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전반의 할부금융 취급액이 증가한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카드사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전채 금리가 내려가 전반적인 조달비용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할부금융 금리도 인하됐다. 금리 부담이 줄어들자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할부금융 취급 규모가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할부금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의 금리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에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현금비중 30%·36개월 할부 기준)를 신차로 구매할 경우 최저 할부금리는 3.5~6.1%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말 최저금리 하단이 5% 초반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아진 수치다.
아울러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주요 수익원인 신용판매와 대출 부문의 수익성이 위축되자 카드사들이 돌파구로 할부금융 확대에 나선 점도 취급액 증가에 한몫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적자 우려가 심화된 가운데 이를 보완하던 카드론 등 대출 사업도 6·27 대책을 비롯한 가계대출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반면 할부금융은 가계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담보 구조를 갖춰 건전성 부담이 적다. 이에 카드사들이 기존 수익원을 대체할 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판매와 대출 부문 수익성이 규제 강화로 위축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적은 할부금융이 대체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 할부금융의 경우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연말까지 연장하면서 수요가 뒷받침될 가능성이 커 당분간 취급액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