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 국내 방문 급증세
케데몬 돌풍, 배경지 발길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 연계엔 아쉬움
정부, TF 발족하며 대응 본격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4일 낮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언덕 위 성곽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전경은 마음을 확 트이게 했다. 공원 입구에서 만난 인근 주민은 “예전엔 볼품없던 곳이었는데 10여년 전 성곽이랑 주변을 전체적으로 정비한 이후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찾는 사람이 많다. 운동하기도 좋고 특히 야경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낙산공원은 최근 전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인근 카페 주인은 “케데헌이 나온 이후 확실히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늘었다. 평일보다는 주말에 특히 사람들이 많은데 가이드를 낀 외국인 무리들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낮시간 보다는 오후 느즈막부터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이곳은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지로 관심을 받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4일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이곳은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지로 관심을 받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최근 전세계적인 케데헌 열풍에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낙산공원, 남산타워, 북촌 한옥마을, 청담대교 등 작품 배경이 된 공간을 찾는 발길도 덩달아 늘면서 정부도 케데헌 열풍을 관광산업 진흥으로 연결시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를 산업 도약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다양한 문화상품 개발이 숙제로 지적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추산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1637만으로 전년(1103만명) 대비 48.4%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19년(1750만명)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올해는 7월까지 1056만명이 국내를 찾아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사상 첫 2000만명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엔 세계적으로 화제인 케데헌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탄력을 더하는 모양새다. 케데헌에서 주요 배경이 되는 서울은 6월 22일 케데헌 개봉 이후 관광객 증가세가 도드라진다. 4월 134만명, 5월 128만명, 6월 127만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7월엔 136만명으로 반등했다.

이날 낙산공원에서 만난 외국인들도 케데헌의 유명세를 확인해줬다. K-컬처를 접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친구와 함께 공원을 찾은 이탈리아인 엘리나씨는 “직장 때문에 한국에 왔고 케이팝데몬헌터스도 봤다. 원래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케데몬을 보고 한국에 대해 더 좋은 감정을 갖게 됐다. 아름답고 살기 좋고 사랑스러운 도시”라며 “케데헌 배경에 이곳이 있다는 건 몰랐다. 놀랍다”고 말했다. 

반면, 여행 목적으로 한국에 온 캐나다인 재키리씨는 “여행차 한국에 왔는데 낙산공원이 전망이 좋다고 해서 찾았다”며 “케데헌을 보진 않았지만 알고는 있다.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했다는 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케데헌에 관한 안내문구나 사진 촬영을 위한 간단한 조형물이나 배너 정도라도 있다면 관광지의 의미를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4일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이곳은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지로 관심을 받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4일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이곳은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지로 관심을 받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음에도 관광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한 유인책은 미흡하단 지적이 나온다. 사진만 찍고 떠나는 관광으로는 지역경제 효과가 제한적이기에 굿즈나 체험형 프로그램 같은 소비요소를 강화해야 한단 것이다.

일례로 낙산공원의 경우 일대를 단순 관람지를 넘어 애니메이션 장면을 재현한 포토존, 체험형 전시, 캐릭터 굿즈 판매처와 연계한다면 외국인 체류나 소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작품속 명소를 묶은 투어코스를 개발하거나 순환형 교통편 확충, 다국어 안내 등이 병행되면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재방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단 지적이다.  

정부도 케데헌 돌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판매량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고, 케데헌에 나왔던 주요 관광지에도 많은 외래객들이 모이는 상황이라 당연히 주목하고 있다”며 “이걸 앞으로 어떻게 끌고 나가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전날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부처와 학계 및 업계 전문가,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K-관광 혁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TF는 K-컬처의 세계적 확산으로 급격히 늘어난 방한 관광 수요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종합 정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문체부 측은 “TF에서 도출된 과제는 관광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가관광전략회의 안건에 반영하고 정부관광 비전을 실현할 정책 수립에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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