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취임 후 주가 2만원가량 상승
이동통신 점유율, 3년새 3%대↓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김영섭 KT 대표이사(CEO)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차기 CEO 인선 레이스가 이르면 다음달 열린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기가 2개월여 남은 셈이다. 김 대표의 연임 여부와 별개로 차기 CEO는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부터 뺏긴 이동통신(MNO)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단 주문이 KT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 대전환’을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만큼, KT가 스포츠·관광 외교로 남북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고 광케이블 및 저궤도위성통신 등을 활용한 북한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진출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편집자주]
김영섭 KT 대표는 2023년 취임 후 부실사업 정리,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한 비용 절감에 방점을 둔 경영 전략을 추진해왔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 및 팔란티어와의 전략적 협업 등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사업에서도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경영 행보는 시장에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져 김 대표 체제에서 KT 주가는 한때 6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다만 KT 안팎에선 ‘재무통’인 김 대표가 본업 경쟁력 강화보단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무선통신 경쟁력 약화 등이 대표적이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의 연임 의사는 이르면 다음달 중 드러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11월경 차기 CEO 인선 레이스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구현모 전 대표는 임기 만료를 4개월가량 앞둔 2022년 11월초 ”2~3년간 변화에 그칠 것이냐, 구조적으로 바꿔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로서 변화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아직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연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KT 안팎에선 김 대표가 임기 중 주가 부양, 실적 개선 등 성과를 기반으로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 대표 취임초 3만30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7월 15일 장중 5만92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기준 종가는 5만2900원이다. 주주환원 확대 정책뿐만 아니라 호실적이 주가 상승 배경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와 관련 KT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4274억원과 영업이익 1조1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와 105.4%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연말 임직원 인사를 단행하겠단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KT란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보통 임기 마지막해 인사는 차기 CEO의 몫이라고 생각해 미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 대표가 인사를 단행하겠단 의사를 밝힌 것은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가 윤석열 정부에서 정치적인 배경을 기반으로 대표로 선임됐단 논란을 제외하고도, 작년 단행한 대규모 구조조정 관련 KT 안팎의 비판도 김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다.
실제 KT 직원들과 시민단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작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연이어 발생한 KT 직원 연쇄 사망과 관련 고용노동부에 KT에 대한 즉각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구 전 대표 체제에서부터 이어온 MNO 경쟁력 약화도 김 대표의 과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KT의 MNO 시장점유율은 23.84%를 기록했다. 구 전 대표 체제에서 “무선 사업은 다 무너졌다”는 안팎의 비판이 나오던 2022년말 27.3% 대비 0.2%포인트 늘었지만, 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대규모 가입자 유심정보 해킹 사태의 반사이익을 얻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해킹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올해 3월말 기준 KT의 MNO 점유율은 26.7%를 기록했다. 김 대표 취임 초기부터 MNO 경쟁력 강화에 대한 주문이 KT 안팎에서 있었지만, MNO 시장 ‘만년 3위’인 LG유플러스에 한때 MNO 가입자수(당시 사물인터넷(IoT) 회선 포함)를 역전당하기도 했다.
다만 KT는 올 2분기 기준 MNO 해지율 ‘최저 통신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이탈에 따른 SK텔레콤의 MNO 해지율이 하락한 영향이다. 해지율은 통신사에 대한 충성고객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통상 해지율이 낮을수록 통신사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전직 KT 고위 관계자는 "과거엔 KT가 시장을 주도하고 변화를 만드는 역할을 하곤 했는데, 최근 몇년간 KT의 모습을 보면 지지부진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아쉽다. SK텔레콤 해킹 사태태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쥐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낙숫물을 받아 먹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