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처분이익 전년 동기 대비 11배 '급증'
JB금융 등 주식 대거 처분···주식 보유 한도도 맞춰야
가계대출 규제로 하반기 영업 어려워···지분 계속 팔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OK저축은행이 최근 좋지 않은 업황 속에서 보유 주식을 팔아 상반기 실적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하반기에도 OK저축은행은 주식을 계속 매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유 주식 한도에 대한 규제를 맞춰야 하고,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돼 대출 영업에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3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억원) 대비 353%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핵심 실적인 이자이익은 4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크게 줄었다.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더불어 대출자산도 감소한 점도 원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채권 잔액은 9조8202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6.6% 줄었다.
실적 개선을 가능하게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유가증권 처분 이익이다. 상반기 OK저축은행은 유가증권을 매각해 얻은 이익은 4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배 넘게 급증했다. 이 가운데 299억원은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주식을 매각해 얻은 이익이다. 작년 상반기엔 주식 처분으로 얻은 이익이 1억원이 안됐다.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각한 결과 전체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말 50%에서 올 6월 말 46%로 낮아졌다.
OK저축은행은 최근 3년 간 그룹 전략의 일환으로 주식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다. OK금융그룹은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대부업을 청산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나섰다. 기업 지분 투자가 이러한 신사업 전략 중 하나다. 이에 핵심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은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선 것이다.
특히 OK저축은행은 지방금융지주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현재 OK저축은행이 보유한 JB금융지주 주식의 지분율은 7.94%에 달한다.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까지 합하면 9.36%로, OK금융은 JB금융의 3대 주주다. 지난해 지방금융지주에서 시중금융지주로 전환한 iM금융지주 주식도 9.70%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주식 매각 이익은 JB금융 지분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OK저축은행은 지난 6월 한 달간 JB금융 주식 약 104만주를 매각했다. 처분한 주식의 단순 평균 가격은 2만492원이다. OK저축은행이 주식을 대거 매입하던 2021~2022에 JB금융의 주가가 만원 아래였던 점을 고려하면, JB 주식 처분으로 최소 100억원의 이익이 났을 것으로 예측 가능하다.
OK저축은행은 실적 개선 뿐만 아니라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주식 자산을 자기자본의 50%를 넘겨 보유할 수 없다. 그런데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오르면서 이 규제치를 넘기게 된 것이다. 2분기에 주식을 매각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OK저축은행이 보유한 주식의 장부금액은 7413억원으로 규제치인 자기자본의 50%인 8532억원 선을 지킬 수 있었다.
하반기에도 OK저축은행은 규제 문제로 인해 계속 보유 지분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7월 JB금융 주식을 153만주 추가로 매각했다. 더불어 iM금융 주식 323만주를 계열사인 OK캐피탈에 넘겼다. 7월 한달 간 처분한 규모가 2분기보다 더 많은 만큼 OK저축은행의 3분기 주식 처분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해 OK저축은행은 주식 처분 이익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저축은행은 그간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대출자산 규모를 줄이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다 올 하반기엔 공격적인 중금리 신용대출 영업을 통해 활로를 찾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해버렸다. 기존엔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의 최대 2배까지 나온 것과 비교하면 고강도 규제다. 이에 하반기에도 저축은행은 이자이익을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거둔 주식 처분 이익을 고려하면 OK저축은행의 주식 투자 전략은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당분간 실적 개선이 어려운 만큼 주식 투자 사업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