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전승절 등 중국 중심 결속 움직임
반미진영 상황 제각각, 미국 압박 제한적
“독자외교보단, 동맹 보조 방향 현실적”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중국, 러시아 등 반미진영 결속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미국 중심의 글로벌 통상 질서를 흔들긴 역부족이란 진단이 나온다. 반미진영 각국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고 경제력 또한 서방진영에 비해 미미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할만한 수단도 마땅찮단 분석이다.
반서방진영 국가들이 미국의 고율관세 정책에 공동대응할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서 정부가 독자 외교노선보단 기존동맹과의 보조를 맞추는 외교 통상 방향이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조언이 제기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관세 정책을 겨냥해 비차별적인 다자간 무역체제를 지속적으로 수호하고 강화하겠단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SCO에는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반미, 반서방 성향의 22개국이 참석했다. 특히, 중국과 갈등관계이면서도 최근 미국과 관세전쟁을 벌이는 인도도 자리했다.
3일 열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참석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함께 자리한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정상회담은 성사 가능성이 높지만 북중러 3국 정상회담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경우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로 비화될 수 있단 부담이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 가담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SCO, 전승절 참여국 모두 미국의 관세 전쟁 대상국이기에 연대 과시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며 “새로운 대항구도,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SCO와 전승절 행사가 중국의 반미전선을 과시하는 장으로 기능한 것은 분명하단 설명이다.
다만, 반미 진영이 결속하더라도 미국이 압박을 받아 관세 압박을 완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일단, 유럽과 일본 등 기존 서방 경제권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서방 상당수 국가들이 미국 관세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중국에 대한 불만은 더 큰 상황이다. 중국 영향력 확대가 자국 이익에 반한다고 보기에 중국 주도 블록에 가담할 가능성은 낮단 분석이다.
반서방 국가의 경우 러시아는 전쟁과 제재로 국제 경제 비중이 크지 않고, 중국 역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독자적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기 어려우며 인도 또한 경제 규모 면에서 아직은 서방과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단 평가다. 반미 분위기가 확산하더라도 미국을 압박할 정도의 결속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입장에서도 군사력과 경제력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이해관계에 따라 유화적 접근을 시도할 순 있지만 반미 진영이 내놓을 만한 혐상 카드가 부족하단 진단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중심의 반미 진영 움직임은 국제 통상질서나 미국의 관세정책에 구조적 변화를 주기엔 역부족”이라며 “상징적 차원에 머물 가능성이 크며 트럼프의 관세정책 태도를 바꾸기엔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반미 블록이 강화되면 우리 외교엔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협력 강화에 방점을 두는 행보를 보여왔다. 북중러, 한미일 대립 구도가 명확해지면 정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다만, 그렇더라도 우리 핵심 산업과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단 점을 고려해야 한단 조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외 다른 국가들은 미국을 상대로 공동 보복관세를 추진할만큼 경제적 역량이 부족하다. 참여국들이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그나마 효과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미국에 대한 집단적 압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규모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다음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APEC을 계기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 외교, 중립 외교로 미중간 줄타기를 시도하기 보다는 중국의 심리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기존 동맹과 보조를 맞추 전략이 경제적 실리 측면에서 더 현실적이란 조언이다.
강 교수는 “반미진영 전체 결속으로 이어지긴 한계가 있다. 아직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며 “자동차 관세는 지금도 15%로 낮추지 못하면서 기업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협상 타결을 조속히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