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향한 덜어냄
책상은 그 사람의 세계를 보여주는 가장 사적인 장소다. 비워내는 일상의 태도, 중심을 지키기 위한 도구, 그리고 절제 속에 깃든 단단한 몰입. 이번에는 양태오 디자이너의 책상 앞에 앉았다.
복잡한 기운이 스며들면 작업에 몰입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공간도, 책상 위도, 늘 단정하고 단순하게
비워두려 해요.
양태오 디자이너에게 책상은 공간이 아니다. 태도다. 그는 책상에 어떤 상징도, 감정도 덧씌우지 않는다. 다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절실하게 몰입해 온 시간이 그 위에 켜켜이 쌓인다. 커피를 내리고 향을 피우는 낭만적인 루틴도 없다. 눈을 뜨면 곧장 책상 앞으로 향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자리를 지킨다. 그에게 책상이란, 하루의 흐름을 붙잡고 자신을 다듬어가는 수련의 자리다.
공간 디자이너이자 동양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온 양태오 디자이너는 최근 몇 년간 공간부터 전시, 가구와 향 브랜드까지 폭넓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그의 작업은 늘 비움과 절제, 본질을 향한 집요한 태도로 귀결되며, 이는 그가 머무는 책상 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작업뿐이에요. 그 작업이 나오는 장소가 책상이죠. 그래서 책상은 그냥 제 몸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당연한 거예요.”
프로젝트가 쌓일수록 그의 책상은 오히려 점점 더 간소해진다.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 그는 더 비우고, 더 고요해지는 삶을 택했다. 직접 디자인한 책상 또한 그런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 처음부터 염두에 둔 건, 꼭 필요한 것만을 담는 최소한의 공간과 수납.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를 준비하며 간결한 서안을 썼던 이유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형태에 오직 기능만이 남은 자리, 그가 지향하는 삶과 닮았다. 그래서인지 책상 위 풍경도 단출하다. 수첩과 아이패드, 몇 자루의 펜, 그리고 늘 곁에 두는 염주 한 줄이 전부다.
“예쁜 컵 하나 쓰는 것 자체도 저에게는 두려운 일이에요. 사적인 기운이 스며드는 게 무서워요. 저는 스님처럼 마음을 비우며 지내야 해요.”
그의 입에서 나온 ‘두려움’은 허투루 쓰인 감정이 아니다. 화려한 물건 하나, 감정을 흔드는 사소한 기척 하나조차도 일의 리듬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안다. 펜 하나를 고를 때도 가장 낮은 목소리를 가진 도구를 쥔다. 염주는 운을 구하는 기도이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작은 의식이다. 그가 곁에 두는 책들도 그러하다. 일의 감각을 세우고, 마음의 중심을 지탱해주는 문장들. 이처럼 그의 책상에는 중심을 지키기 위한 도구들만이 허락된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끝에 남은 단 하나의 태도. 그것은 그가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이다. 본질에 집중하는 삶. 그의 책상은 그의 수행이다.
editor 김소연
photographer 김연제
장소 협조 이스턴에디션 아틀리에 eastern-edi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