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장중 온스당 3550달러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
금리 인하 기대, 관세 불확실성 가격 상승 배경으로 꼽혀
글로벌 IB 4000달러 전망···상황 반대될 수 있단 의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금값이 다시금 신고가 기록을 쓰고 있다. 달러 약세와 관세 불확실성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미국 경기가 예상 밖 견고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상승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oz)당 3556.87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사상 최고가로, 지난달 8일 장중 기록한 3534.1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이로써 금 선물 가격은 올 들어 34.6% 급등하며 32.7% 오른 코스피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내보이게 됐다.
금 선물 가격이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박스권을 깨고 추가 상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를 2641달러로 시작했던 금 가격은 지난 4월 중순 3500달러를 넘어서는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3000~3500달러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이렇다 할 방향성을 보이지 못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재차 신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글로벌 IB(투자은행)를 비롯한 증권가에서는 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올 수 있다는 점이 금값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금 가격은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 상승하는데,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상대적 약세를 의미하는 100을 밑돌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금값의 상승을 부추기는 재료다. 금은 안전자산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에 혼란이 가득할 때 수요가 몰리는 특성이 있다. 미국은 상호관세 부과를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변심도 언제든 관세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금값이 4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도 금값이 연말까지 3700달러, 내년 중반까지 4000달러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인터내셔널도 금 가격 전망에서 4000달러를 언급했다.
일각에선 금의 고갈 가능성에 따른 구조적인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금협회가 추산하는 경제성 있는 금 매장량은 약 5만4770톤이다. 금의 연간 채굴 속도가 연 3000톤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약 18년만 채굴이 가능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에 시간이 흐를수록 금의 희소성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 달리 견조한 성장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고용을 제외하면 물가와 성장 지표 모두 양호한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달러 약세가 둔화해 금값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가파르게 상승하던 글로벌 증시가 3분기 들어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자산 배분 차원에서 금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금에 우호적인 환경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의 상황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