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D엔진 인수해 한화엔진 출범···수주 급증에 실적도 고공행진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엔진’ 지배구조···승계 도우미 가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화엔진 주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새로운 조선업종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24년 2월 HSD엔진을 인수해 한화엔진으로 출범했다. 한화엔진은 이후 그룹사 수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실적 우상향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화엔진 시가총액이 커지면서 향후 한화그룹 승계 과정에서 숨겨진 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한화엔진, 새로운 조선업종 주도주?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엔진 주가는 지난달 29일 16.28% 급등한 4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9637억원이다.
한화엔진 주가는 장중 역대 최고가인 4만8600원에 거래되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4조555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한화엔진이 지난해 2월 한화그룹에 정식 편입될 당시 주가는 8000원대에 불과했다. 불과 1년 반 만에 6배가량 오른 셈이다.
한화엔진은 지난 1999년 두산중공업의 엔진사업과 삼성중공업의 엔진사업 부문이 각각 분리되어 합작설립된 HSD엔진이 모태다.
이후 두산그룹에 편입되면서 2005년 두산엔진으로 사명을 변경했지만 지난 2018년 인화정공이 포함된 웰투시컨소시엄이 두산그룹에서 인수해 다시 HSD엔진으로 변경했다. 2021년에는 인화정공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가 한화오션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HSD엔진을 2024년 초에 인수했고 사명을 현재 한화엔진으로 변경했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 한화엔진은 일감 수주가 급증했고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화엔진은 상반기에 1조6179억원을 수주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50%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 1조6482억원의 98.1%에 해당한다.
특히 한화그룹 편입이 내부일감 수주도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4조139억원이 수주잔고 가운데 30%가 한화그룹 물량이다.
한화엔진의 올해 2분기 매출은 38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5.3% 늘었고 영업이익은 337억원으로 81.4% 급증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21.8%, 영업이익은 51.4% 증가했다. 이중연료(DF)엔진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엔진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영업이익률은 직전분기 7%에서 이번 분기 8.7%까지 상승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진은 선가에 2년 후행한다”며 “완성조선업체보다 동종업계 평균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진입이 더 빠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 한화그룹 승계 숨은 키 될까
한화엔진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4조원을 달성하자 향후 한화엔진이 한화그룹 경영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4년 한화그룹이 한화임팩트를 통해 한화엔진을 인수한 당시부터 한화엔진이 향후 한화그룹 승계에 숨은 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52.07%)와 한화솔루션(47.93%)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비상장 회사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이 지분을 50%, 25%, 25%씩 가지고 있는 가족회사로 향후 ㈜한화와의 합병 등을 통해 한화그룹 승계를 완성시킬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한화엔진의 시가총액이 급증하면 한화임팩트로서는 새로운 자금조달 카드가 만들어진다.
2024년 당시 한화그룹은 한화임팩트를 통해 한화엔진을 인수했다. 최대주주였던 인화정공 지분 33.24% 중 21.58%를 1374억원에 인수했고 895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32.77%로 늘렸다.
한화임팩트가 구주인수와 유상증자를 통해 2269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한화엔진 지분 32.77%의 가치는 지난달 29일 최고가(4만7500원) 기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화엔진 지분 가치는 한화토탈이 사실상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한화임팩트의 새로운 자금줄이 될 수 있다.
한화임팩트는 그동안 프랑스 토탈에너지스와 각각 지분 50%씩 가진 한화토탈에서 막대한 배당금을 수령해왔다. 하지만 한화토탈 실적이 악화하면서 2022년 4410억원이었던 배당금은 2023년 685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순손실을 내며 배당을 하지 못했다.
한화임팩트가 한화엔진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하고 매각 대금을 배당한다면 전체 배당금의 52.07%가 한화그룹 3형제가 주주인 한화에너지로 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