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메모리 수요 늘면서 기판 공급 물량 증가
그래픽 D램 GDDR7 전환으로 관련 수요 확대
하반기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로 FPCB 공급도↑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IT 수요 부진으로 분기 적자를 이어가던 국내 기판업계가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패키징 사업이 주력인 기판업체들은 최근 메모리 수요 회복에 따라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흐름이다. 디스플레이 기판에서도 하반기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와 함께 내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폰 시장에서 기회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덕전자·심텍·코리아써키트, AI·메모리 수요로 반등
1일 부품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향 메모리 수요 확대에 따라 관련 패키징 기판 실적 또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덕전자는 앞서 지난 2분기 매출 2459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하며 두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3분기 매출은 2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전분기 대비 각각 13.8%, 7.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2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78.9% 큰 폭의 성장의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DDR5, LPDDR, GDDR 등 전기종 메모리 패키지 회복세가 2분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3분기부턴 AI향 GDDR 기판의 물량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덕전자는 이외에도 AMD에 AI 가속기용 다층 인쇄회로기판(MLB) 공급을 앞두고 있다. 시스템LSI 부문에서도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등 고부가 기판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반도체용 양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대덕전자 관계자는 “3분기도 메모리는 AI향 GDDR 시장 진입 등 AI, 데이터센터 등 수요 확대로 패키지 실적이 지속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비메모리 패키지도 자율주행 등 신규 시장 진입 및 양산으로 수요 회복 및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텍도 지난 2분기 메모리 수요 회복세에 힘입어 매출 3408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을 기록하며 두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에프앤가이드는 심텍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매출액 전년 동기 대비 11.4%, 전분기 대비 6.2% 증가한 3619억원으로 제시했다. 영업이익은 2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모리에서 DDR4 등 범용 제품의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심텍의 전체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 하반기 그래픽 D램 시장에서 기존 GDDR6에서 GDDR7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GDDR용 기판이 주력 사업인 일본법인 심텍그래픽 또한 올 3분기 흑자전환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세 이어지며 심텍의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될 예정”이라며, “공정 전환을 완료한 일본 자회사의 기여가 더해지며 GDDR7 매출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도 수주 물량 증가에 따라 전사 가동률이 높아지며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 2분기 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시작된 적자 이후 무려 7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3분기에도 실적 개선을 이어감에 따라 매출은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각각 2.3%, 5.3% 늘어난 3490억원을,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71% 증가한 10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리아써키트도 범용 반도체의 물량 증가가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범용 D램인 DDR4의 고정거래가격은 수요 증가 영향에 따라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FC-BGA, FC-CSP(칩스케일패키지) 등 고부가 기판 부문에서도 신규 수주가 반영되면서 코리아써키트의 매출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모바일용 FPCB(연성 인쇄회로기판)를 주력으로 하는 자회사 인터플렉스의 최근 실적 부진이 전체 실적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플렉스는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삼성전자 폴더블폰 등에 FPCB를 공급 중인데, 최근 갤럭시Z폴드7에서 S펜 구동의 핵심 부품인 디지타이저가 빠지면서 인터플렉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플렉스는 전장용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매출 개선에 나선단 방침이다.
◇비에이치, 하반기 애플 신모델 효과···내년 폴더블 아이폰 기대감도
FPCB 전문업체인 비에이치의 경우 하반기 주요 거래선인 애플의 신모델 출시 효과가 기대된다.
비에이치 또한 지난 2분기 두 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3분기엔 더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는 비에이치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매출 5375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으로 제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각각 7.7%, 37.9% 증가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가 예상된다.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고객사의 하반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각각 4%, 5% 감소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2분기 중 지연됐던 일부 물량의 인식과 북미 고객사향 높은 점유율 수준이 하반기 중 지속 유지되며 하반기 북미 고객사향 모바일 FPCB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중 차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한 북미 고객사의 IT OLED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IT OLED 매출액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기비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가 예고되면서 관련 FPCB 공급에서도 비에이치가 큰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비에이치의 폴더블 아이폰용 FPCB 매출은 2026년 1571억원, 2027년 3029억원으로 추정된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하는 가운데 비에이치가 삼성디스플레이 내 FPCB 점유율을 내부 100%, 외부 80% 수준으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기반으로 매출 성장이 구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