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계약금·마일스톤 유입 본격화
현금성 자산 기반 임상 확대 ‘패키지 딜’ 준비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리가켐바이오가 과거 체결한 기술이전(L/O) 계약에 따른 계약금·마일스톤 유입이 늘어나며 수익화가 가속되고 있다. 확보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하반기 연구개발(R&D) 투자를 한층 확대할 계획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임상 범위를 넓히고 복수 후보물질을 묶는 ‘패키지 딜’ 준비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체결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및 플랫폼 기반 L/O 계약들을 토대로 마일스톤 유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연말에는 일부 후보물질의 임상 결과 발표도 예정돼 있다. 기술이전 수익 증가와 개발 모멘텀이 맞물릴 전망이다.
이달 리가켐바이오는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기술 수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LCB97(L1CAM-ADC)’의 마지막 단기 마일스톤 기술료를 수령했다. 수령액은 계약상 비공개 조건에 따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258억9814만원의 10% 이상에 해당된다고만 설명됐다. 적어도 125억원 이상일 것으로 유추된다. 이번 마일스톤 수령액은 올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앞서 리가켐바이오는 오는 2027년까지 15개 이상의 후보물질들을 전임상 및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리가켐바이오는 초기 연구 단계에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파트너사에 기술이전해 계약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매출원 확보에 주력했다.
지난해 1월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약 5485억원에 인수한 이후 리가켐바이오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눈에 띄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당시 리가켐바이오는 오리온의 투자금에 보유금을 더해 총 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공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실제 리가켐바이오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2023년 810억원에서 2024년 1133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2분기까지는 773억원을 집행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점진적으로 연구개발비 집행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 더 많은 연구개발비 집행이 예상된다”며 “현재는 내년(2026년)과 내후년 임상단계로 진입하는 파이프라인들에 대한 개발 비용을 지속해서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연간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사이 연구개발비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ADC 후보물질 ‘LCB84’과 ‘LCB97’의 기술이전 계약으로 확보한 선급금은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돌렸을 뿐만 아니라 영업적자를 줄이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LCB84에 대해서는 지난 2023년 12월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과 전 세계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전체 계약 규모는 2조2000억원,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약 1304억원에 달한다. LCB97은 지난해 10월 오노약품공업과 패키지 딜을 맺었다.
연이는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리가켐바이오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대폭 개선되기 시작했다. 매출액은 2021년 322억원, 2022년 334억원, 2023년 341억원, 지난해 125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842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277억원이었던 영업적자는 2023년 808억원으로 늘었으나, 지난해 두 건의 기술이전 선급금이 매출에 반영되면서 연말 기준 209억원까지 줄었다. 올해 2분기까진 101억원을 기록했다.
리가켐바이오는 기존 초기 연구 단계에서 파트너사를 모색하는 기존의 기술이전 전략에서 벗어나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들을 묶어서(패키지) 딜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패키지 딜은 전체 계약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뿐 아니라 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올해는 추가 마일스톤 유입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술이전 파이프라인 ‘LCB14’의 중국 임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리가켐바이오에 따르면 보유 중인 신약후보물질 중 임상 단계에 진입한 프로젝트는 5개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패키질딜이 가능한 파이프라인들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여러 회사의 항체를 도입했는데 이 역시 패키지 딜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초기 단계 신약후보물질은 기술이전보다는 자체적으로 임상 단계까지 진행시키는 것을 목표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