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트럼프 첫 정상회담 선방 평가
“노벨상 눈독 트럼프, 김정은 언급 관심”
“북미정상회담 현실화, 10월 APEC 주목”
“美 조선업에 무지, 협상 레버리지 기대”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두고 상견례 성격의 만남이 큰 탈 없이 진행됐단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북미대화를 대화 주제로 끌고가면서 쌀과 소고기 등 우리 입장에서 껄끄러운 사안을 매끄럽게 넘겼단 진단이다.
마스가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조선업이 우리 측 협상력을 높일 분야란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서 확인됐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는 직접적 실익은 적지만 농축산물 등 민감한 협상 의제를 피하기 위한 교환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안보 측면에선 북핵 위협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단 점이 아쉽단 평가와 함께 동맹 현대화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단 조언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시간 이날 새벽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언론 공개 회담, 비공개 확대 회담으로 나눠 진행됐다. 공개회담 상당부분은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노벨평화상에 집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수상 모멘텀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심중을 우리 측이 적극 활용했다. 덕분에 우리측이 민감해할 사안들을 피해가면서 회담을 원만하게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됐단 분석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별 탈없이 마무리된 것이 가장 큰 성과고,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케미를 의식한 적극적 태도가 눈에 띄었다”며 “우리 측은 회담 전략상 김정은-트럼프 회담 주제를 적극 부각했고, 그 결과 농산물 같은 껄끄러운 경제 의제가 등장할 여지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에 대한 경쟁심이 있으며 북미협상을 통해 자신도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공개석상에서 북한 핵 위협 문제 언급이 없었던 것은 안보 측면에서 우리 입장으로선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소극적이지만, 여러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북미정상 만남 가능성은 충분하단 분석이 나온다. 서 교수는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회의론이 있지만, 트럼프 정부 이후엔 더 이상 김정은 카드를 쓰려는 미국 대통령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에 북한 입장에서도 트럼프 집권 4년이 마지막 기회”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과 북한의 마지막 기회가 맞물려 성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북미정상회담 관련 오는 10월 예정된 경주 APEC 정상회담을 주목해야 한단 관측이 나온다.차기 개최국이 중국이란 점을 감안할 때 시진핑 국가주석 참석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북한 문제 해결을 동시에 성과로 만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단 것이다. 일반적으로 노벨상 수상자 선정이 그해 10월 즈음에 이뤄진단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경제, 통상분야 주요 화두는 조선업 협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 내 많은 조선소가 멈춰있는 현실을 거론하며 우리 조선 업계의 대미투자를 희망했다. 한국이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들과 선박을 만들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의 경우 미국이 원하는 바가 불명확해 우리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분야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한국이 일본과 함께 투자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원유가 알래스카에 있다면서 합작투자를 합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경우 채산성이 실익 자체는 크지 않고 미국 측의 핵심 의제와도 벗어나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아이템에 집중하는 성향인데 조선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고, 중국을 배제한 상황에서 한국이 유일한 파터너란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조선업에 대한 발언은 원론적이고 두루뭉술했다. 우리나라가 레버리지를 크게 가질 여지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채산성이 떨어지지만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 같은 민감 사안을 방어할 때 교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얼굴에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우리나라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얻을 게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듯 보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