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7월 24% 급증···강남3구는 64% 폭등
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전환에 원리금 부담 가중
DSR 3단계 규제로 사겠다는 사람 없어

DSR 2단계 시행에 탄핵정국까지 맞물리며 부동산 경매 시장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DB
DSR 2단계 시행에 탄핵정국까지 맞물리며 부동산 경매 시장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저금리 시절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 집을 샀던 이른바 ‘영끌족’ 물건이 대거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금리 전환과 경기 둔화에 발목이 잡히면서 원리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1869건으로 작년 동기(1510건) 대비 24% 급증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33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02건)보다 64%나 폭증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대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통상 3개월 정도 연체가 되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경매 급증의 배경에는 2020년 전후 집중 취급된 ‘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있다. 당시 차주들이 올해부터 잇달아 변동금리 적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연 2%대였던 금리가 올해부터 3~5%로 뛰면서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교보증권은 올해에만 약 50조원 규모 대출이 변동금리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매 반기마다 20조원 안팎의 저금리 대출이 만기를 맞는다는 의미다.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10억원 기준으로 금리가 2%에서 4%로 오르면 월 상환액이 100만원 이상 늘어난다”며 “맞벌이 부부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건 부동산 시장의 경직이다. 상반기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부 해제 등으로 잠시 거래가 살아나는 듯했으나 정부가 7월 대출 총량 규제와 스트레스 DSR 3단계를 동시에 시행하면서 시장이 다시 얼어붙었다. 집을 팔아 대출을 갚으려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상반기 일시적 거래 회복이 있었지만, 정부가 7월 대출 총량 규제와 스트레스 DSR 3단계를 동시에 시행하면서 시장이 다시 얼어붙었다. 집을 팔아 대출을 갚으려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전국 임의경매 건수는 3만3035건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연말까지 지난해 연간 집계치(14만건)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저금리 시대 무리한 차입의 후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연말까지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경우 주택 시장 전반의 회복세가 한층 더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다른 지역보다 낙찰가율이 높아 입찰 경쟁이 유지되고 있지만 경매 건수는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에 다다랐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더라도 수도권은 DSR 3단계 시행과 대출 총량 규제로 차주 부담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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