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RP매수 이자수익 직전 분기 比 47%↓
가상자산 부진···RP매수 규모 43% 감소 탓
시중금리 하락도 수익 감소의 원인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케이뱅크의 올해 2분기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예치금 운용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 운용 규모가 줄었으며, 시중금리가 내려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시장 동향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2분기 환매조건부채권(RP)매수를 통해 얻은 이자수익은 179억원으로 직전 분기(335억원) 대비 47%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338억원을 거둔 이후 두 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기간에 따라 이자를 붙여 되사는 단기 채권이다. RP매수를 한 쪽은 만기가 지나면 원금과 함께 이자를 받는다.
케이뱅크가 RP를 사들이는 이유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계약에 따라 업비트는 투자자들의 예치금을 케이뱅크 예금에 보관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가 맡긴 자금 대부분을 RP매수로 운용해 수익을 낸다. 이 가운데 연 2.1%의 이자를 업비트에 지불하고 나머지를 이익으로 챙긴다. 업비트가 거래소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1위이기에 케이뱅크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도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수익 감소의 원인은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올해 들어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가상자산 투자 붐이 일었다. 지난해 9월 말 6만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그해 12월 10만달러선을 넘겼다. 하지만 막상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관세정책으로 경기침체가 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올 상반기 동안엔 시세는 부진했다. 지난 4월 9일엔 7만6000달러선까지 하락했고, 6월 말에도 10만달러선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그 결과 RP 운용 규모 자체가 크게 줄었다.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RP매수 잔액은 3조5234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3월 말(6조1980억원)과 비교해 43% 급감했다. 작년 말 약 8조5000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 6조원대로 줄더니 두개 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자금 운용의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선 운용 규모를 최대한 키워야 한다. 작년 8월 가상자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케이뱅크가 업비트 예금에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은 크게 늘었다. 법 시행 이전엔 업비트가 맡긴 예금에 0.1%의 이자를 제공했지만, 작년 8월부턴 금리가 21배 뛴 것이다. 같은 금액을 운용했을 때 이자비용을 제외하고 케이뱅크가 갖는 이익 규모는 감소하게 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운용 액수 자체를 늘려야 한다.
더불어 시중금리가 내려간 것도 운영수익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중금리의 대표적인 지표인 국고채 3년물은 지난해 말 연 2.596%였지만 올해 6월 말엔 2.452%로 0.14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금리 하락세는 2분기에 두드러졌다.
IPO를 앞둔 케이뱅크 입장에선 아쉬울 것이란 평가다. 케이뱅크는 최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올 하반기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단 계획을 세웠다. 상장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재무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알려야 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자이익이 감소하는 등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 출범 후 가장 많은 규모의 부실등급 채권을 시장에 매각해 이익을 거둔 것도 IPO를 위한 작업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가상자산 시장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라면서 “케이뱅크는 상장 전까지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으로 바뀔 것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