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교보, CSM 급감···신한은 소폭 증가 그쳐
회계 추정치 변경 탓···신계약 CSM 다 까먹어
시장 경쟁 격화도 원인···신계약 수익성 악화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 상반기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미래이익’ 성적이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모두 부진했다. 지난 2년간 생보사들을 괴롭혀온 회계 처리 문제가 올 상반기에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보험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 신계약 실적이 악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올해 6월 말 기준 CSM(보험계약마진)은 8조8331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3%(2760억원)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직후 10조원에 근접했지만 이후 매해 감소하면서 8조원대로 내려앉았다. 교보생명도 같은 기간 3% (1970억원) 줄어든 6조2411억원을 기록했다.
신한라이프는 7조2645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0.5%(380억원) 소폭 늘었지만, 2분기엔 직전 분기 대비 1612억원 크게 감소했다. 그 결과 CSM 잔액이 지난해 3월 말 수준으로 다시 후퇴했다. 삼성생명만 같은 기간 약 6%(8000억원) 크게 늘어 업계 1위 자존심을 지켰다. 삼성생명은 IFRS17 도입 후 최초로 13조원대로 진입했다.
CSM은 IFRS17에서 보험사가 장기상품 판매를 통해 얻을 미래이익을 추산한 것에 해당하는 계정이다. 계약 기간 동안 받을 돈(보험료)에서 나갈 금액(보험금, 사업비)을 각각 추산해 뺀 값이다. 구체적으로 손해율, 해지율, 사업비율 등 계리 지표가 보험 계약 기간 동안 어떻게 될지 추정한 값을 활용해 산출한다. 이러한 추정치를 변경하면 CSM 규모도 바뀐다.
대형 생보사들의 CSM 성장이 지체되고 있는 이유는 계리적 가정값의 변경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계리적 가정값 등 추정치를 바꾼 결과 9841억원의 CSM이 감소했다. 새로운 계약을 통해 추가된 CSM 9255억원을 회계적인 이유로 모두 깎아먹은 것이다.
신한라이프도 상반기 동안 추정치 변동으로 4313억원의 CSM이 감소했다. 신계약 CSM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교보생명은 회계처리 방식이 다른 곳과 달라 추정치 변동에 따른 CSM 변동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생보사들은 지난 2년 간 회계처리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인해 CSM이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별다른 규제 이슈가 없는데도 회계 문제로 CSM이 감소하고 있다.
더불어 격화되는 시장 경쟁도 CSM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화생명의 올 상반기 신계약 CSM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24% 급감한 532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라이프만 CSM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신계약 CSM는 13% 늘었다.
최근 생보사들은 핵심 상품인 종신보험 시장이 쪼그라들어 영업 역량을 건강보험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시장은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생보사들은 보험료를 낮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시행했다. 이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화생명의 상반기 기준 신계약 수익성(신계약 CSM/미래 현금흐름 유입액)은 7.9%로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급락했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교보생명도 7.5%로 같은 기간 2.1%포인트 크게 악화됐다.
게다가 올 상반기엔 상품 판매 실적(신계약 연납화 보험료) 자체도 감소하고 있다. 박리다매 전략도 제대로 들어맞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화생명의 올 상반기 신계약 연납화 보험료는 1조7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크게 줄었다. 한화생명은 대형 보험대리점(GA)을 잇달아 인수하는 등 영업력 강화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신계약 연납화 보험료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계약 CSM이 증가한 신한라이프도 보험료 실적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올 상반기 신계약 연납화 보험료는 62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급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형 생보사들은 서로 누가 못하나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면서 "특히 추정치 변동으로 CSM이 크게 줄어드는 점은 생보사들의 회계 처리에 대해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