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免,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갈등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시 CDFG 참여 가능성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대료 조정 관련 갈등을 빚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수가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에서 면세업계는 좀처럼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최악의 경우 인천공항 철수를 검토 중인 가운데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인천공항 입성을 노릴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2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오는 28일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신청한 임대료 조정에 대한 2차 조정기일을 진행한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023년 인천국제공항 4기 면세점 공개입찰에서 면세구역 DF1(향수·화장품·주류·담배), DF3(패션·액세서리·부티크) 구역을, 신세계면세점은 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DF4(패션·액세서리·부티크)를 따냈다. 당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공사가 제시한 최저 수용액 대비 각각 68%, 61% 높은 8987원, 9020원에 확보했다.
현재 인천공항 출국객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면세점들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주요 면세점(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가운데 인천공항 입성에 실패했던 롯데면세점만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롯데면세점은 올 2분기 면세사업부 매출 6685억원, 영업익 65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5% 증가했고, 영업익은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반면 신라면세점은 매출 8502억원, 영업손실 113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6051억원, 영업손실 15억원으로 집계됐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월부터 인천지방법원에 공사를 상대로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을 냈다. 면세점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이 부진하고 개별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 고환율 등을 근거로 현재 임대료가 과도하다는 게 면세업계 입장이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은 여객 수에 객당 임차료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공항 이용객 수가 늘어나면 임차료도 덩달아 느는 구조다. 인천공항 월평균 출국자 수가 약 301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매달 300억원에 가까운 임차료를 내야하는 실정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필수 코스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올리브영, 다이소 등으로 쇼핑 행태가 바뀌었다”면서 “면세점을 더 이상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없는 상황에서 높은 인천공항 임대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는 “임대료는 업체가 공개경쟁입찰에서 직접 제시한 금액”이라며 “현 계약은 국가계약법 절차에 따라 체결됐다”는 입장이다. 면세업계는 공항 이용객 수 증가에도 면세점 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임차료 경감을 요청한 상태다. 임차료를 현행 대비 40% 대비 내리지 않으면 인청공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만약 임대료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을 철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2023년 입찰에 참여했던 중국 CDFG가 자본력을 내세워 게임체인저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영국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CDFG는 지난해 글로벌 면세점 순위에서 매출 74억770만유로(약 12조1669억원)로 2위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은 4위를 기록했고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5,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CDFG는 2023년 인천공항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CDFG는 럭셔리 부티크 판매 구역인 DF5 사업권을 제외한 모든 사업권 입찰에 참여했지만, 예상과 달리 입찰가를 낮게 작성해 고배를 마셨다. 현재 CDFG는 중국 하이난과 마카오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홍콩 증권거래소(HKEX)에 따르면 CDFG의 올 상반기 매출은 2815억위안(약 54조7911억원), 영업이익 282억위안(5조4888억원)을 기록했다. CDFG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7626억위안(148조4325억원)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CDFG는 중국에서 하이난 쇼핑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중국인들은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 CDFG가 자금력을 내세워 인천공항에 입성한다면, 회원 포인트와 멤버십 혜택을 연동해 지금보다 중국 단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CDFG의 인천공항 사업권 입찰을 막아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면세점 매출 대부분은 중국 단체관광객들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CDFG의 매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롯데나 신라면세점도 해외 진출하듯 우리나라도 국내 플레이어들만 인천공항에 있는 것보다 중국 면세점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오히려 중국 면세점 입성은 곧 면세점 간의 경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