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국토부 공공기관 이전 강조
지자체 관심 고조, 타깃 중복 상당수
“물리적 분산 넘어 권한이양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전에도 서서히 불이 붙고 있다. 기관 특성과 지역별 특색에 맞는 공공기관 유치전략을 마련하는 가운데 지자체별 온도차도 감지된다. 공공기관 이전이 국토균형발전이란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물리적인 이전을 넘어 권한과 책임 등 실질적 이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실무부처 수장인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단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20년 이상 추진돼 온 장기사업으로 1차 이전은 2019년 공공기관 153곳이 이전을 마치며 마무리됐다. 정부 지정 공공기관 중 이전한 기관을 제외하고 수도권에 위치한 기관 120여곳이 2차 이전 후보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려는 비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분위기다.
부산은 이전이 확정된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과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동남투자은행 신설 관련 기관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인접한 경남도도 해수부 부산 이전을 활용, 항만 관련 공공기관 유치에 나선단 분위기다.
대구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특성을 활용, 중소기업은행 본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 20여곳을 유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경북도는 새마을운동 발상지란 점을 내세워 새마을중앙연수원 이전을 추진한단 계획이다.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도 대상이다.
대전은 철도 및 지식기반 과학기술 도시 조성을 목표로 코레일네트웍스, 지식재산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유치를 현실화하겠단 계획이다. 충남은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탄소중립진흥원, 한국수출입은행 등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북은 한국공항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이 유치 대상이다. 진천선수촌과 연계한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전도 성사시키겠단 구상이다.
호남권에선 광주가 한국공항공사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전남은 수협중앙회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환경공단 이전 필요성을 제기한다. 전북은 한국마사회와 농협중앙회, 한국투자공사 등 55곳을 대상으로 유치 노력을 벌이고 있다. 제주는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가 타깃이고 강원도 지역특색에 맞는 기관 유치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자체 별로 유치하려는 공공기관 상당수가 겹쳐, 향후 정부의 기관 이전이 가시화하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중앙 정부가 어떤 기관을 어느지역에 배분할지 로드맵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잡혀야 한다”며 “지금 유치 대상 기관과 접촉하는 상태인데 정부 방침이 서면 이것에 따른 유치 전략 수정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 사안을 대하는 지자체들간 온도차가 감지된다. 유치에 사활을 건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곳도 있다. 충북도 측은 “민관정이 함께하는 범도민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국회토론회, 범도민 결의대회, 대정부 건의 등 다양한 유치활동을 전개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 의지를 명확히 하고 각 지자체들도 유치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자칫 실효성 떨어지는 유치로 끝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1차 이전 공공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혁신도시 상당수는 본래 도시설립 취지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한단 비판을 받고 있고 인구 또한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은 가족이 이주를 하고 근무하는 여건이 돼야 (기관 이전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지만 지금은 그냥 서울에서 오가는 수준의 비용만 늘어나는 사회적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며 “시설만 옮기는 물리적 분산이 아닌 권한과 책임의 실질적 위임, 이양이 이뤄져야만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