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종 파생제품 추가 포함···변압기·건설기계·강관 등 타격
상반기 對韓 신규 수입규제 절반이 철강···美 규제만 54건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올린 데 이어 변압기와 건설기계, 기계부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을 대거 포함한 407종의 파생 제품까지 관세 대상에 추가했다. 관세율이 실질적으로 높아질수록 국내 철강·기계업계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 범위에 407종을 새로 지정했다고 공지했다. 기존 615종에 더해 총 1000여종 이상이 고율 관세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새 조치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단순히 철강 소재만을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터빈·내연기관 부품, 공조기, 지게차·불도저·굴착기 등 건설기계, 변압기, 강관 등 주력 수출 제품이 포함됐다”며 “철강이 많이 쓰이는 완제품일수록 관세율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철강 비중이 60%인 엔진 부품의 경우 해당 부분에는 50% 관세가 적용되고 나머지 40%에는 상호관세 15%가 부과돼 실질 관세율은 36%에 이른다.
한국 기업들에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부는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3시 관련 기업, 협회와 온라인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철강·알루미늄 함량 확인, 원산지 증명 등 수출기업 대상 컨설팅을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의 분담금 부담도 낮추겠다”고 했다.
관세 장벽 강화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규 수입규제 10건 중 절반(5건)이 철강·금속 분야였다. 영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이 한국산 열연·아연도금 강판에 반덤핑 조사를 새로 착수했고 남아공·이집트도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했다.
전체적으로 상반기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는 218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의 규제 건수는 54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품목별로는 철강·금속이 36건으로 압도적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무차별 고율 관세가 본격화하면서 다른 국가들도 잇따라 규제를 강화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코트라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 각종 규제를 총동원해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향후 EU, 이집트, 말레이시아 등도 철강제품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당장 수출 물량 감소와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미국이 다시 한번 파생제품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돼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50% 관세는 사실상 시장 차단 수준”이라며 “정부 지원과 함께 현지 생산 확대 등 장기적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