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해저 HVDC·대한전선, 육상 EHV···베트남 전력망 거점 동시 구축
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 수요 폭증 속 동남아 전력 인프라 선점 경쟁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전선업계가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해저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대한전선은 400kV급 초고압(EHV) 케이블을 각각 전면에 내세워 서로 다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15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LS그룹 계열 LS에코에너지는 최근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PVN)과 해저·고전압 케이블 공장 건설을 위한 조인트벤처(JV) 설립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해당 협약은 같은 날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체결된 52건의 경제협력 업무협약(MOU) 중 하나다.
LS에코에너지는 올해 안에 JV를 설립하고 베트남 서남부 푸미항에 해저케이블 공장과 전용 부두를 건설한다. 해당 거점은 베트남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 국가 간 장거리 HVDC 해저송전망 구축의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지난 5월에는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잇는 ‘아세안 해저 HVDC 송전망’ 구축에 각국 정부가 합의했다.
LS에코에너지는 최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베트남 시장을 교두보 삼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모델을 현지에 접목할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베트남 생산법인 대한비나를 통해 400㎸급 초고압케이블 생산 공장을 신설한다. 총 750억원을 투입하며, 대한전선은 대한비나가 조달하는 약 630억원의 채무를 보증한다.
대한비나는 호치민에 본사를 둔 종합 전선회사로, 지난해 매출 1403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 2027년 가동이 목표다. 완공되면 베트남 유일의 400kV급 EHV 생산기지가 된다.
대한전선은 지속적인 설비 확충과 기술 개발로 이번 베트남 공장을 충남 당진 케이블 공장을 잇는 제2의 생산기지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내수는 물론 유럽·미국·오세아니아 등 해외 진출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국토 길이가 3400km에 달해 해안선이 길어 태양광 및 풍력발전에 최적의 입지로 꼽히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6GW를 건설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36%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력 수요는 같은 기간 연평균 10~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인건비·물류비 절감 효과와 전략적 입지가 뛰어나 전선업계의 해외 거점으로서 매력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