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파머스’·‘테파로보틱스’ Pre-A 투자 유치
‘고령화·인력난 해법’ 주목받는 ‘피지컬 AI’
50조 달러 잠재력 전망…중장기 성장 동력 주목

/사진=메타파머스
/사진=메타파머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며 작업을 수행하는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피지컬 AI 기술은 이미지·음성 인식 등 중심의 AI 기술과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이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차세대 AI로 평가받고 있고, 농업, 산업 등 현장에서의 상용화에도 한층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농업용 AI 로봇 솔루션 기업 ‘메타파머스’는 최근 30억원 규모의 Pre-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옥타곤벤처파트너스가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고, 퓨처플레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공동 투자사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3년 ‘서울대학교 IDIM Lab’ 출신 로보틱스 전문가들이 창업한 메타파머스는 다목적 농작업 로봇 ‘옴니파머(Omni Farmer)’를 개발 중이다.

옴니파머는 AI 로보틱스 기반으로 수확·수분·선별·예찰 등 다양한 농작업을 단일 플랫폼에서 처리하고, 작물 인식 AI와 교체형 그리퍼를 통해 전통 농장부터 수직농장·온실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하나의 로봇으로 다양한 작업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기술적 차별성과 우위를 확보하며 옴니파머는 고령화로 인한 농촌 인력난 문제의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메타파머스는 앞서 ‘CES 2025 AgTech 혁신상’을 비롯한 글로벌 어워즈를 잇따라 수상하며 기술력을 입증해왔고, 최근에는 농촌진흥청의 AI 기반 생육 예측 모델을 이전받아 성능을 한층 고도화했다.

이번 Pre-A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투자사들은 메타파머스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변수가 많아 난이도가 높은 농업 환경에 독자적 알고리즘과 그리퍼를 통해 특화된 자체적인 데이터 축적 파이프라인과 알고리즘을 만들어 작물·작업의 확장성을 높였다는 점은 투자 유치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같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메타파머스는 농협, 대형 농장, 스마트팜 혁신밸리 등에서 PoC(기술 검증)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규화 메타파머스 대표는 “농업의 노동 문제를 풀어낼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로봇 솔루션을 만들어 가겠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AI 인식·로봇 제어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 준비에 집중해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테파로보틱스
/사진=테파로보틱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테파로보틱스’가 퓨처플레이, IBK벤처투자, 산은캐피탈로부터 20억원 규모의 Pre-A 투자를 유치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23년 창업 이후 ‘효율적인 공장 자동화’를 미션으로 산업용 로봇에 피지컬 AI를 접목해 온 테파로보틱스는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의 창업패키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딥테크 TIPS,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기업 등에 선정되며 시장성과 경쟁력을 입증해왔다.

이번 투자를 리드한 퓨처플레이 전아람 수석심사역도 “테파로보틱스는 산업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독자적 데이터 생성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실제 양산 환경에서 피지컬 AI를 작동시키는 드문 팀”이라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테파로보틱스의 대표 솔루션은 ‘TLS (TEFA Low-code Solution)’, ‘RFM (Robot Foundation Model)’, ‘TEFA LINKS’ 등이다.

TLS는 함수 형태의 코드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로 일반적인 티칭·비전 엔지니어에 의한 도입에 비해 도입 시간이 최대 80% 단축되고, 도입 이후에도 모델(소재) 변경·패턴 등록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최대 90% 감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피지컬 AI의 핵심 기술인 모방학습기술에 기반을 둔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인 RFM은 다양한 모델(소재), 간지(슬립시트), 트레이 등의 피킹을 지원하고, 별도의 캘리브레이션 없이 사용 가능하고 실시간 에러상황 처리가 가능하다.

TEFA LINKS는 FANUC 로봇과 외부기기 통신에 사용되는 독자 프로토콜로 PLC, PC 등 다양한 외부 환경과 고속으로 통신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무엇보다 테파로보틱스는 피지컬 AI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현실 데이터 확보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수집한 80만회분의 현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픈소스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파인튜닝해 유효성을 검증 완료한 상태이고, 산업용 로봇에 데이터를 학습한 자체 모델을 적용해 고객과 현장 도입을 조율 중이다.

박정혁 테파로보틱스 대표는 “산업용 로봇은 연간 약 60만대가 전 세계에 보급되고 있고, 고신뢰성과 대량생산 기반의 하드웨어로 피지컬 AI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라며 “높은 폐쇄성과 복잡한 제어 환경으로 인해 연구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대규모의 피지컬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피지컬 AI는 50조 달러(한화 약 7경원) 규모로 성장할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는 농업·제조업 외에도 물류·건설·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피지컬 AI의 활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도 피지컬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단기 트렌드를 넘어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규모 데이터 확보, 다양한 환경에서의 안정성 검증, 기계·AI 통합 설계 능력, 국제 인증·규제 대응 등 복합적인 과제들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 등은 향후 시장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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