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23시 53분 구속됐다. 법률에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생업이나 사회통념을 고려해 부부를 동시에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에 그 관례가 깨진 것이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구속된 사례도 헌정사상 처음이다. 김건희 씨의 구속 사태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때 국가를 이끌었던 지도자의 배우자가 이 정도 수준일 줄은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민에게 생소한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사건이다. 처음 김 씨는 나토 방문 시 지인에게 빌렸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2010년 홍콩에서 구입한 모조품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해당 모델은 2015년에 출시된 제품이어서 2010년에 같은 디자인의 모조품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던 중 서희건설 측이 김 씨에게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자수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서희건설로부터 해당 목걸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끝까지 부인했다. 주는 사람은 있는데 받는 사람은 없다는, 전형적인 뇌물 사건의 구도가 드러난 셈이다. 핵심은 김 씨가 목걸이 관련 발언을 여러 차례 번복함으로써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만약 서희건설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씨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 된다. 이런 사람이 다른 사건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국민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발언 번복은 증거 인멸이나 은폐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해당 목걸이의 모조품이 김 씨 오빠의 장모 집에서 발견된 점까지 고려하면, 증거 인멸과 동시에 수사 방해를 꾀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가 구속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녀의 남편인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기품이나 최소한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 최소한의 역할이란 법에 순응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7일 비상계엄 해제 직후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그가 보여주는 행보에서는 '책임 회피를 하지 않는 모습' 대신 법을 수단화하는 '법 기술자'의 모습만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감싸는 듯한 태도로 '윤 어게인'과 계엄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 민망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의 재입당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자가 계엄과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 '배신자'라는 구호까지 나오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러나 정치란 본질적으로, 이념을 명분으로 권력을 획득하려는 현상이기에 '배신'이라는 표현은 성립 불가하다. 그럼에도 이런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극히 일부일 것이라고 추측되는 당원이 윤 전 대통령을 특정 이념의 화신처럼 여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윤 전 대통령의 삶을 보면 그가 보수 이념 실현을 위해 헌신해 온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다수 국민은, 그가 비상계엄 선포를 '자유 민주주의 수호'로 포장하는 것을 황당하게 받아들인다. 마치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이 환경 탓을 하며, 공부를 위해서는 참고서와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욱 의문인 것은, '윤 어게인'을 외치는 인물을 감싸는 것이 전당대회 승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하는 부분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원 분포를 보면 경기 18.5%, 서울 14.8%, 경북 13.9%, 대구 7.8%다.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은 경기·서울 당원 비율이 TK 지역보다 높고, TK 당원도 모두가 강성 친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성 친윤만의 논리를 옹호하는 행위가 과연 전당대회 승리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국민 여론을 충실히 반영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몸담았던 정당이 다수 여론을 외면한다면, 당원의 보편적 의사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국민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향후 장기간 집권은커녕, 정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언제 ‘이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것이 알고 싶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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