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룩스 합병 난항, 금감원 추가 정정 요구
AR1001 임상 3상 순항에도 불안 여전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아리바이오가 글로벌 임상을 추진 중인 치매치료제에 대한 기술력 실체를 입증하기 위해 기술이전 파트너사를 공개하고 중간 경과를 공개했다. 다만 코스닥 상장사와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은 난항이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인 자금조달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대두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아리바이오가 글로벌 임상 3상을 추진 중인 치매치료제 'AR1001'에 대해 중국 기술이전 협력사와 중간 경과 데이터를 발표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글로벌 임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인 자금조달력은 코스닥 상장사와의 합병을 통해 해소하려고 했지만 1년째 답보 상태에 놓이며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이달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 중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위약·진약군 전체 환자 중 41%에서 인지 기능이 유지 또는 개선되는 추세가 나타났다.
AR1001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은 이중 눈가림, 무작위 배정, 위약 대조 연구로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 13개국 230개 임상센터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535명의 모집을 상반기에 완료했고, 현재까지 300명 이상이 투약을 마쳤다.
◇ 'AR1001' 단일 투자···재무 여력은 의문 부호
그동안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 단일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상업화에 사활을 걸며 투자를 지속해왔다. 다만 글로벌 임상 3상은 최소 수백~수천억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인 만큼 현시점의 자금 여력만으로는 임상 전개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리바이오가 올해 1분기 기준 확보한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당기손익 공정가치 자산)은 약 54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AR1001 글로벌 임상은 앞으로도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확실한 재무 기반을 구축해야 임상시험 완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아리바이오는 글로벌 3상을 추진할 당시부터 AR1001 상업화 권리와 판권을 국가별로 쪼개고 파트너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유동성을 장전해왔다. 또 자본시장 입성 전략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문기업 소룩스와 합병을 추진해 우회 상장을 노렸다.
당초 아리바이오는 기술특례제도를 통한 코스닥 입성을 모색했다. 그러나 2018년, 2022년에 이어 2023년까지 세 차례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기술성평가 시점에 주요 파이프라인이 임상 3상에 진입하지 못한 점, 구체적인 기술수출 진척 상태에 대한 확인이 불분명한 점 등이 발목을 잡았다.
◇ 금감원, 소룩스 합병 제동 지속
아리바이오는 지난해 8월 소룩스와 합병을 결정하고 상장 재추진을 본격화했다. 소룩스와 합병 뒤 존속회사의 사명을 아리바이오로 변경하는 식의 우회상장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소룩스와의 합병도 1년이 넘도록 진척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거듭 정정 요구를 반복하면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아리바이오와 소룩스 합병과 관련해 7번째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첫 번째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뒤 같은 해 9월, 11월, 12월 추가 보완을 지시한 바 있다.
또한 금감원의 지속된 보완 지시에 맞물려 일각에서는 AR1001 개발 기술력에 대한 의문 부호도 꾸준히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기 때문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으로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파트너사로부터 받은 선급금만으로는 글로벌 임상 3상을 끝까지 주도하기엔 자금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적시에 임상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 유동적인 자금조달을 모색해야 하는데 소룩스 합병이 지연된다면 재무 여력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소룩스 합병 끝까지 진행할 것"
실제 아리바이오가 당장 재무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코스닥 상장과 AR1001에 대한 추가 기술이전 말고는 뚜렸하게 없는 상황이다. 아리바이오는 소룩스와의 합병 계획을 끝까지 완료하고, 추가 기술이전을 통해 재무적 안정성과 기술력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아리바이오는 지난 3년간 AR1001에 대해 총 3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지역별 제조 및 독점판매권 계약의 총 규모는 2조3600억원에 달한다. 2023년 3월 삼진제약과 1000억원 계약을 시작으로 작년 3월 중국 제약사인 뉴코 유나이티드 파마슈티컬(뉴코파마)과 1조200억원, 올해 3월 중동 국부펀드 산하 아르세라(Arcera)와 1조2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지난달 말에는 AR1001의 중화권 상용화를 담당할 최종 파트너사로 중국 푸싱제약을 선정하면서 상업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리바이오, 뉴코파마, 푸싱제약 3사 공동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AR1001 의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중국 뉴코파마와의 경우 작년 3월 맺었던 1조200억원 규모 계약을 상업화 최종 파트너사를 확보함으로써 시장에서 바라보는 AR1001에 대한 불안 요소는 일부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며 “금감원의 추가 정정 요구로 소룩스와의 합병기일 11월 4일로 약간 늦춰지긴 했지만 지속해서 정정신고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