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익 2637억원···전년 동기 대비 14%↑
2분기 실적은 '물음표'···대출 규제로 수익성 급락
부산은행, 2분기 호실적···하반기 경쟁 '점입가경'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카카오뱅크가 상반기 역대 최대 순익 기록을 작성했지만, 2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계대출 규제의 여파가 더 강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지방은행 ‘1위’인 부산은행과의 순익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일각에선 올해 남은 기간 부산은행이 다시 카카오뱅크를 앞설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6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올 상반기 순익이 26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순익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비이자이익 때문이다.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562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0.4% 급증했다. 같은 기간 2% 감소한 이자이익을 크게 만회한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비이자이익이 늘어난 이유는 투자자산 운용이익이 174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2% 급증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이자이익을 늘리기 어렵다고 보고 투자자산 운용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재무실 산하에 자금운용본부를 신설해 주식, 채권, 펀드 등의 운용 규모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 전략이 주효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올해 나머지 기간 동안 성장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순익은 1263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8.1% 감소했다. 시장의 예상치인 1294억원과 비교해서도 2% 적었다.
가계대출 규제의 여파로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2분기 NIM은 1.92%로 직전 분기 대비 0.17%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기간 대형 시중은행은 소폭 하락하거나 그대로였던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가계대출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탓에 대출자산 성장이 크게 꺾인 결과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말 원화대출금 잔액은 약 44조8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예·적금 잔액은 63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5% 늘었다. 그 결과 이자수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하락한 것이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집중했던 요구불예금이 직전 분기 대비 2% 늘어나는데 그친 것도 이자비용 부담을 키웠다. NIM 크게 내려간 결과 이자이익도 1.5% 줄었다. 2개 분기 연속 이자이익이 쪼그라든 것이다.
이에 카카오뱅크와 부산은행과의 실적 차이도 많이 줄었다. 1분기엔 카카오뱅크가 부산은행보다 순익을 518억원 더 거뒀다. 하지만 상반기 누적 순익은 카카오뱅크가 2637억원, 부산은행은 2517억원으로 격차가 126억원으로 좁혀진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최초로 부산은행보다 더 많은 순익을 거둔 바 있다.
무엇보다 부산은행은 2분기 NIM이 1.90%로 직전 분기 대비 0.06%포인트 올리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이자이익도 같은 기간 3.3% 늘었다. 부산은행은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과 달리 대출과 예금이 비슷한 속도로 성장하기에 기본적으로 NIM 변동폭이 크지 않다. 더불어 부산은행도 원화대출금이 0.4%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대출의 평균 이자율이 0.17%포인트 상승한 것도 컸다.
이에 올해 남은 기간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간의 자존심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수익 사업에 있어선 부산은행이 카카오뱅크보다 계속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터넷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사업만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부산은행은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 모두를 대상으로도 대출을 내줄 수 있다. 또 지방은행에 대한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도도 더 느슨하다.
반면 부산은행의 건전성 수준이 좋지 못한 점은 카카오뱅크가 계속 앞서 나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부실등급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04%로 좋지 않다. 0.54%를 기록한 카카오뱅크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다. 건전성 수준이 더 악화되면 부산은행은 비용 항목인 대손충당금을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하반기에 가계대출 규제를 더 조였다”라면서 “카카오뱅크가 비이자이익 사업에서도 부진하면 부산은행이 다시 순익에서 앞설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