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고 관련 보상책, 3분기 반영
올해 실적 가이던스, 8000억 하향 조정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이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가입자 유심정보 해킹 사고의 여파로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기존 ‘전년 대비 1% 증가한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8000억원 낮췄다.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무선 가입자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를 비롯해 유심교체, 대리점 보상, 정보보안강화 등 사고 관련 비용 증가 탓이다.
6일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SK텔레콤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3388억원과 영업이익 338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4월 발생한 해킹 사고 및 자회사 매각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고, 가입자 유심 교체와 대리점 손실보상 등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1% 감소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올 2분기 무선 가입자수는 3340만9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3.1% 줄었다. 구체적으로 LTE(4G) 가입자수는 507만9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9.3% 줄었다. 5G 가입자수는 1702만2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1.3 줄었다. 초고속인터넷 및 인터넷(IP)TV 가입자수도 각각 717만3000명과 672만1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6%와 1.4% 줄었다.
김 CFO는 “유심 교체 비용은 전 고객이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는 보수적 가정하에 이론상 전체 비용을 2분기에 일괄 반영했다”며 “이외에도 대리점 손실 보상금을 포함해 25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해킹 사고에 따른 실적 악화가 3분기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요금 50% 할인 등 가입자 대상 보상이 3분기에 실행되기 때문이다.
김 CFO는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재무적 영향은 지난 2분기 부터 반영되기 시작했고, 하반기에는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 본격 시행되는데, 특히 재무적으로 임팩트가 가장 큰 통신요금 50% 할인이 3분기 예정돼 2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익 하락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시적인 실적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궁극적으로 본업 펀더멘털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지난 4월 19일부터 위약금 면제 기간이 종료된 지난달 14일까지 약 3개월간 105만명이 이탈하고 33만명이 신규 가입했다. 같은 기간 5G 가입자는 22만명 감소했다.
이 가운데 회사는 해킹 사태로 이탈한 고객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겠단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22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됨에 따라 보조금 지급 자율성이 높아진 점을 활용하겠단 것이다.
윤재웅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이탈한 고객에 대해선 특정한 정량적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기보다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안이 가장 강한 회사로 거듭남으로써 자연스럽게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고객 안심 패키지와 정보보호 혁신안이 모두 다 그런 맥락에서 이행되고 있는 대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대리점 지원금을 추가 지급할 수 있게 됐고, 프로모션의 자율성도 높아졌다”며 “고객 확보를 위해 일회성으로 비용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고객 기반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만큼 당사는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된 마케팅을 통해서 실질적인 고객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사업에선 실적 악화가 불가피했지만, 인공지능(AI) 사업이 전년 동기 대비 13.9% 성장하며 2분기 실적 하락을 일부 방어했다.
AI 데이터센터(DC) 사업은 가동률 상승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한 1087억원, AIX 사업은 기업간거래(B2B) 솔루션 판매 확대에 힘입어 15.3% 성장한 4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은 지난달 기준 누적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고, 최근 출시한 ‘에이닷 노트’와 ‘브리핑’ 베타 서비스는 1개월 만에 누적 사용자 80만명을 확보했다.
SK텔레콤은 지난 4일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 기업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선 레퍼런스를 꾸준히 축적하고 일부 성과를 낸 만큼 향후 국가대표 AI 기업의 위상을 만들겠단 포부를 밝혔다.
이현우 SK텔레콤 AIDC 본부장은 “우리 회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AI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관련 레퍼런스를 꾸준히 축적하고 있고 일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이미 성과를 낸 바가 있다”며 “지난 5월 정부가 추진하는 AI 인프라 사업 확보 사업 중의 하나인 GPU 임차 지원 사업에 공모해 AI 데이터센터를 공급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고 지난달엔 당사 주관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해 최종 5개 정예팀 중 하나로 선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AI 사업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정부 차원의 AI 산업 육성에 따른 새로운 사업 기회나 정책적 지원 확보 등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도 다각적으로 병행 중”이라며 “이미 작년 SK AI 서밋에서 한국형 소버린 AI 구축을 통해서 국내 AI 생태계의 자립을 실현하고 그 안에서 핵심 플레이어로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준비된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AI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