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AI 고속도로’ 전략 본격화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견인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30년에는 605억달러(85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최근 발표한 ‘AI 데이터센터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생성형 AI와 대형언어모델(LLM)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성능 GPU, 냉각·전력 시스템 등 특화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전례 없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28.3% 성장해 2030년에는 약 605억달러(8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패권을 둘러싸고 데이터센터 확충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 빅테크, ‘슈퍼컴 클러스터’ 투자 전쟁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초 약 800억달러(111조원)를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자금의 절반 이상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 신설과 확장 프로젝트에 집중되며 주요 투자 지역은 텍사스주와 위스콘신주 등이다.
구글은 AI 가속기(TPU) 개발과 함께 미국 아이오와 등지에 걸쳐 2년간 70억달러(9조7379억원)를 투입해 클라우드·AI 인프라를 확장할 예정이다. 아이오와 내 데이터센터 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 및 재생에너지 공급도 강화된다.
AWS는 1000억달러(131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레이니어’ 등 초대형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트레이니엄2 AI 반도체 수십만 개가 탑재된 트레이니엄2 울트라 서버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AI 슈퍼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AWS와 협력해 GPU 6만 개 규모의 국내 최대 AI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공랭식과 수냉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을 도입하고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리 시스템(DCIM)도 함께 적용한다. SK텔레콤은 2030년까지 서울 구로에 제2 데이터센터를 건립해 총 300MW 이상의 전력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엔비디아, 넥서스 코어 시스템즈, 로이드 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시장을 겨냥해 엔비디아 블랙웰(GB200) GPU를 탑재한 400MW급 AI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연내 구축하고 이후 최대 500MW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 AI 전력전쟁 시작됐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달리 대규모 연산과 고밀도 작업을 위한 초고성능 GPU와 전용 냉각·전력 시스템이 필수다. 생성형 AI와 LLM 등 고성능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반 데이터센터 이상의 연산력과 전력 공급이 요구된다.
AI가 산업·과학·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면서 총 연산량이 폭증하고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런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 인프라’로 규정하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미국 AI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국가환경정책법(NEPA) 개정과 패스트-42(Fast-42) 절차 확대를 통해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신속한 인허가 체계 마련을 추진한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전국 단위의 통합 연산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자원 공유 계획을 진행 중이다. 과잉 투자와 기술 표준 미비 등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AI 핵심 기술 자립과 고성능 반도체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최강의 AI 인프라’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한 ‘AI 고속도로’ 사업을 국가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AI 워크로드 증가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28년까지 연평균 19.5%씩 늘어나 857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친환경화, 에너지 효율화, 탄소중립 실현이 새로운 인프라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고밀도 기술 수요와 더불어,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 인프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민간투자 활성화, 공공 협력 로드맵 마련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