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매도에 급등···미 고용쇼크에 1380원대로 

[시사저널e=이상구 기자]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반 만에 큰 폭으로 움직이며 장중 1400원대를 찍었다. 최근 미국의 정책 변화와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이 원화 가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연합뉴스와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일 오전 1400원 선을 넘어선 뒤 오후 5시 43분 경 1407.4원까지 뛰었다. 전날 주간거래 종가 대비 20.4원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장중 1400원을 웃돈 것은 5월 19일 이후 처음이다. 1일 장 중 고가는 지난 5월 15일(1,412.1원) 이후 가장 높았다. 장중 환율 급등 배경으로는 달러 강세가 꼽힌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97대를 기록하다가 이번 주 100선을 웃돌 정도였다.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이 진행되면서 시장 경계감이 높아지고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나타낸 데 따른 것이다.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장을 마쳤다. / 사진=연합뉴스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장을 마쳤다. /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통화정책 기조를 ‘완만하게 제한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와 대부분 위원은 제한적 통화정책이 부적절하게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순매도도 한 요인이다. 코스피는 1일 전장보다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지난 4월 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602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7012억원 ‘팔자’를 보였다.

하지만 환율은 미 고용지표 발표 후 방향을 틀어 1388.3원으로 내려갔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7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7만 3000명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인 10만명과는 차이가 컸다. 미 고용 사정이 예상에 비해 나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정책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1일 환율이 급등락하며 하루 변동 폭은 22.9원에 달했다. 한미 환율 협의 소식에 환율이 급락했던 지난 5월 14일의 31.5원 이후 최대 폭이었다.

향후 환율 전망을 두고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전문가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 수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환율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소비와 고용이 둔화하고 있고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일시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준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근거로 분석된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국내 민간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면 연말까지 환율 수준이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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