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에 컨센서스 크게 밑도는 실적
트럼프發 관세 불확실성에 방산도 흔들

풍산의 군용탄약 제품. / 사진=풍산
풍산의 군용탄약 제품. / 사진=풍산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풍산이 2분기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시장의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구리 원가 급등에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고, 방산 부문도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수출이 흔들렸다.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15% 넘게 급락했다.

1일 풍산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2940억원, 영업이익 93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2.0% 감소했다. 시장 컨센서스였던 1115억원을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이다.

실적 하락의 원인은 원가 상승이다. 구리 등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출원가는 12.3% 늘었고, 판매관리비도 6.0% 증가했다. 특히 신동사업에서 가공용 구리 매입가격 상승이 실적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구리 가격은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톤(t)당 1만 달러를 웃돌며 고점을 찍었지만, 최근에는 하락세로 반전했다. 미국이 구리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공급 차질 우려가 반영됐지만 이후 원재료와 스크랩 구리에는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백악관 발표가 나오자 투심이 급격히 식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는 구리 선물이 하루 만에 20% 이상 급락했다. 지난 196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LME 기준으로도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t당 9606달러까지 밀렸다.

별도기준으로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신동 부문 매출은 6686억원으로 전년 동기(6397억원) 대비 4.52% 증가했다. 사업부별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압연 구리는 견조했지만 내수 약세로 압출 수요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방산 부문 매출은 3454억원으로 전년 동기(3379억원) 대비 2.22% 증가했지만, 수출은 1987억원으로 12.5% 감소했다. 스포츠용 탄약 등 수출 물량은 미국 관세 불확실성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적 쇼크에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풍산은 1일 하루 동안 15.73% 급락하며 13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은 오는 7일부터 한국산 주요 제품에 15% 상호관세를 적용할 예정인데, 이 조치가 실제 집행될 경우 풍산의 미국 매출에는 추가 충격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