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신세계 대규모 증여로 2세 승계 마무리
신세계·넥슨·효성 총수 일가 직접 매수도 활발···지배력 재편 흐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50대 그룹 중 지난 1년 새 상속·증여 등으로 지분변동이 있었던 그룹은 36곳으로 조사됐다. 상속·증여를 통한 주식 이전 규모만 약 9783억원에 달하며, 상위에 한화와 신세계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승계 대상자들이 사재로 지분을 매수한 사례도 다수 확인되며, 대기업 오너가의 지배력 재편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50대 그룹의 주식 변동 내역을 조사한 결과,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 변동이 확인된 그룹은 36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그룹에서 오너일가는 상속 또는 증여 방식으로 약 9783억원 규모의 주식을 이전했다.
증여 금액 기준 1위는 한화그룹이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4월 자신이 보유한 ㈜한화 보통주 848만8970주를 세 아들(김동관·동원·동선)에게 증여했다. 총 4087억원 규모로, 단일 증여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이로써 세 아들의 ㈜한화 지배력(한화에너지㈜ 지분 포함)은 기존 18.8%에서 42.8%로 24.0%포인트나 상승했다. 사실상 그룹 지배권을 2세에게 전면 이양한 것으로 평가된다.
2위는 신세계그룹이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지난 5월 자신이 보유한 ㈜신세계 주식 98만4518주 전량(지분율 10.2%)을 딸 정유경 회장에게 증여했다. 증여 가액은 약 1751억원이다. 이를 통해 신세계의 유통 부문 지배구조는 이명희→정유경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증여와 함께 오너일가의 직접 지분 매수도 활발히 이뤄졌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1년간 개인 자금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매수한 인물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 주식 전량 278만7582주(지분율 10.0%)를 사재로 매입했다. 이마트에서의 지분율은 기존 18.6%에서 28.8%로 10.2%포인트 늘었다.
CEO스코어는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는 이명희→정유경·정용진으로 이원화 승계가 완료됐다”며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면세점을, 정용진 회장은 할인점(이마트)을 각각 책임지는 체제가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그 외 지분 매수 상위권에는 유정현 NXC 의장의 두 딸(김정민·정윤),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주로 부친에게서 상속받은 지분 외에, 개인 명의로 주식을 사들이며 영향력을 높였다.
한화, 신세계, 효성 외에도 LG·LX·KCC·롯데 등 주요 그룹에서도 일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증여와 매각이 이뤄졌다. 특히 LX그룹 구본준 회장은 LG 주식 157만3000주를 장남에게 증여했으나, 이후 주가 하락에 따라 증여를 취소한 사례도 포함됐다. KCC는 정몽진·정몽익 형제가 상호 교차 증여를 단행했다.
효성그룹의 경우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은 자녀들 간 지분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및 핵심 계열사 지분을 각각 정리하며 상속세 납부와 경영권 재편을 병행하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