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8300억원 규모 개발 사업···우선협상자 선정 완료
천궁-Ⅱ 사업구조 유지로 수출 트랙레코드 연계 가능성

LIG넥스원이 개발한 미사일 ‘천궁Ⅱ’. / 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이 개발한 미사일 ‘천궁Ⅱ’. / 사진=LIG넥스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산 차세대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인 ‘천궁-Ⅲ’ 개발 사업의 주도권이 LIG넥스원과 한화 계열사로 다시 한번 분산됐다. 체계종합은 LIG넥스원이, 레이더와 발사대는 각각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게 되면서 기존 ‘천궁-Ⅱ 체제’가 사실상 이어지는 구조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방위사업청은 총 2조8300억원 규모의 천궁-Ⅲ 체계개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각 기업에 통보했다. 이번 사업은 기존 천궁-Ⅱ 대비 요격 고도와 교전능력이 크게 향상된 중거리 다층방어체계를 2034년까지 개발하는 걸 전제로 설계됐다.

체계종합과 유도탄 등 8개 과제를 LIG넥스원이 따냈고,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각각 다기능레이다(MFR)와 발사대 개발을 맡는 등 주요 방산 자산은 양측이 분점하게 됐다. LIG넥스원은 유도탄·탐색기·탐색기시험장비·추진기관 등 ‘무기 본체’를 총괄하고, 한화는 ‘눈’(레이더)과 ‘팔’(발사대)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총 19개 과제로 구성 이번 사업은 한화·LIG넥스원을 비롯해 다수 중소·중견 방산기업이 참여했다. 전체 과제 중 절반 가까이가 기존 천궁-Ⅱ 때와 동일한 업체에 배분되면서 안정성과 호환성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탄·발사대와 레이더를 만들었던 한화는 이번 사업에 앞서 교전통제시스템(ECS) 시장 진입을 선언하며 경쟁 구도를 만들었지만, 결국 LIG넥스원에 밀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천궁-Ⅲ의 수출 가능성과도 연결된다고 본다. 천궁-Ⅱ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약 4조원 규모로 수출되며 국산 방공체계 중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한화와 LIG넥스원은 이 과정에서 각각 발사대와 유도탄, 레이더 등의 수출 물량을 분담하며 협력한 전례가 있다.

천궁-Ⅲ 역시 유사한 사업 구조를 따르게 되면서 기존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중동 등 제3국 공략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기존 사업자와의 연속성을 중시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천궁-Ⅲ 사업은 천궁Ⅱ(고도 15∼20km)보다 2배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탐지·추적 범위 확대와 다표적 동시 대응능력 등도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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