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 개편 장기화 따른 당국 수장 인선 지연
국책은행 수장 잇따라 임기 만료로 공백 상태 커
정부, 국책은행 신규 임원 선임 자제 요청···공석 상태 상당히 길어질 듯
정책금융 등 하반기 대응해야 할 이벤트 많아 공백 우려 목소리도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정기획위원회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장기화되면서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늦어지는 가운데, 국책은행의 수장들도 잇따라 임기가 만료되는 등 수장 공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신규 임원 선임 자제를 요청하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국책은행장 교체와 맞물려 임원 공석 상태도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책금융 등 하반기에도 국책은행이 대응해야 할 이벤트가 많다는 점에서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IBK기업은행은 지난 15일 실시한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부행장 인사를 하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은 상·하반기 정기인사에서 모든 직급의 인사·이동을 일괄적으로 단행하는 ‘원샷 인사’를 시행하고 있다. 정기 인사에서 부행장 승진이나 이동이 없었던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봉규·현권익 전 부행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서 김형일 수석부행장이 두 부행장 업무까지 겸직하게 됐다. 김 수석부행장은 공석이었던 디지털그룹장까지 대행 중이다.

준법감시인 이장섭 부행장과 경영전략그룹장인 김태형 부행장은 지난 14일 임기를 마쳤으나 임원직을 유직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은 두 부행장에 대해 차기 임원 선임 시까지 임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IBK기업은행은 이번 인사에서 2+1 임기를 끝낸 박봉규·현권익 부행장과 지난 3월 중도퇴임으로 비어있는 디지털 그룹장 등 최소 3명의 부행장을 교체할 것으로 점쳐졌다.

다른 국책은행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달 정순영·홍순영 부행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IBK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후임 선임을 하지 못한 채 공석으로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산업은행 회장, 한국수출입은행장, IBK기업은행장 등 3대 국책은행장 임기가 잇따라 만료됨에 따라 임원 인사는 수장 선임 이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은행은 3년 임기를 채운 강석훈 전 회장이 지난달 떠나 회장 자리가 비어 있고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도 3년 임기를 채우고 오는 26일 퇴임한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임기는 내년 1월까지로 올 하반기 후임 선임이 본격화할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 보류가 새 정부 출범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정권 교체 후 금융권 인사가 아직 기틀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사를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국책은행들의 경우 임원 인사도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직 개편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향후 인사 방향을 보고 진행하겠다는 정무적인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명시적 지침 하달은 없었지만 임원급 인사는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빈자리를 채우려면 금융당국 조직개편부터 결론이 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끝나야 국책은행장 자리도 채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조직이 쪼개지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던 금융위원회는 최근 배드뱅크(빚 탕감) 정책, 6·27 부동산 대책 등 발 빠르게 정책을 내놓더니 이재명 대통령의 칭찬을 받고 차관급인 부위원장에 권대영 사무처장이 내부 승진하는 등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17일 여당 의원들은 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업무를 넘겨받는 내용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기존에는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넘기는 안을 유력하게 논의했다. 금융조직 개편 방향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로 갈수록 금융권의 수장 공백은 더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뿐 아니라 금융 공공기관 수장 임기도 끝나는 곳이 있다"며 "가계대출 관리, 정책금융 등 하반기에도 대응해야 할 이벤트가 많아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