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신도시 발주 물량 본격화···사업자금 적게 들고 인허가 리스크 낮아 안정적
‘공사 수행실적’ 중요해 경험 부족 중견사엔 여전히 문턱 높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3기신도시 발주 물량이 본격화하면서 중견건설사의 수주 활동에 활기가 돌고 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대형건설사가 곳곳에서 민간참여형 공공주택 사업 비중을 늘리며 독식해 중견사는 설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최근 대형건설사가 정비사업 시장으로 돌아가면서 많아진 발주 물량을 중견사가 챙기게 된 것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건설, 동부건설, 우미건설 등 중견건설사들이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둬 건설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공공사업에 강점을 지닌 금호건설은 올해 들어서만 ▲의왕·군포·안산지구(7247억원) ▲남양주 왕숙지구(5986억원) ▲하남 교산지구(2570억원) 등 3기 신도시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3개 사업장 일감을 확보했다. 세 곳의 총 사업비는 1조6000억원에 달해 대형건설사 못지 않은 수주 실적을 냈다.
마찬가지로 공공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동부건설도 이달 중순 의왕·군포·안산 S1-1·S1-3블록 민간참여형 공공주택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지하 1층~지상 29층에 아파트 1610세대 및 부대 복리시설을 짓게 된다. 우미건설도 이달 들어서만도 사업비 3000억원에 달하는 고양창릉 S-1블록과 의정부법조타운 S-2블록에 대한 통합형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 사업 수주 낭보를 알렸다.
이밖에 DL건설도 이달 중순 광명시흥 S2-4, 2-6블록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의 시공권 확보 소식을 알렸다. DL건설은 지난 2021년 부산 및 대전을 마지막으로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에서 멀어져있다 약 4년 만에 돌아왔다.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은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은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가 주택의 공사·분양을 맡는 방식이다. 건설사는 토지 매입을 위한 초기 자금 부담을 덜고, LH는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와 기술을 활용해 주거 품질과 건설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수요층 입장에서도 분양가가 시세 대비 저렴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인지도 높은 민간 브랜드를 적용한 만큼 인기가 있다.
공공주택은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대형건설사들이 꽉 잡고 있었다. 시장이 침체돼 있을수록 대형건설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안정성 측면이 우수한 해당 공공시장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중견사는 설 자리를 잃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사들이 민간 정비사업 시장에서 수주경쟁을 펼치는 만큼 판 깔린 공공주택사업 물량은 중견사가 확보하게 됐다. 토지 매입비용 등 사업자금이 적게 들고, 공공 사업인 만큼 인허가 리스크도 적어서다.
발주물량도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추진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은 총 2만7000가구(사업비 8조원대)다. 지난해보다 3000가구, 사업비는 약 1조6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고 규모다.
공공공사는 민간사업에 비해 공사비가 낮아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공사비도 이전에 비해 늘었다. LH는 민간 건설사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공사비를 15% 인상했다. 공사 난이도가 높거나 특화 사업이 접목된 경우 추가 공사비도 지급돼 중견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시장에서조차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입찰 및 수주 당락을 결정짓는 게 동종공사 수행실적이다. 규모가 큰 사업장일수록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다 보니 공사실적을 보유한 건설사만 계속 실적을 쌓아가고, 그렇지 못한 중견사는 문턱이 높아 소외되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수행경험이 입찰을 좌우하기 때문에 선제적 일감확보가 추가수주의 지름길이 된다”며 “반면 시장진입을 하지 못한 곳은 같은 중견사라도 시장 선점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