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SKT 등 ‘K-파운데이션 모델’ 주도권 경쟁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겨냥한 ‘K-AI’ 경쟁이 본격화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나서면서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SK텔레콤 등 국내 빅테크와 스타트업, KAIST 등 연구기관이 일제히 참여해 대규모 컨소시엄 15곳이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정부가 올해만 약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글로벌 수준의 ‘주권형 AI(소버린 AI)’를 직접 키우겠단 전략이다.
21일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공모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SK텔레콤, KT,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엔씨AI, KAIST 등 대기업·연구기관과 함께 루닛, 바이오넥서스, 사이오닉AI, 업스테이지, 코난테크놀로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정션메드, 파이온코퍼레이션 등 주요 AI 스타트업이 주관 컨소시엄으로 이름을 올렸다. 컨소시엄 안에는 대학, 공공기관, 유망 벤처 등이 파트너로 결집했다.
AI 업계는 지난달 프로젝트 공개 직후 “한국을 대표할 국가대표 AI를 뽑는 행사”라며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기존 시장 리더부터 기술력이 있는 신예까지 국내 AI 생태계가 총출동했다.
컨소시엄은 대기업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도 있고, AI 원천기술 강점을 가진 스타트업이 이끄는 창의적 실험형도 있다. 학·연 합작의 연구특화형까지 색깔이 다양하다. 대다수는 내부적으로 각각 5~10개 넘는 기업·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선행 티켓 경쟁도 치열하다. 정부는 1단계로 제출 서류의 적합성 검토를 거쳐 서면평가로 15개 팀을 10개로 추리고 이어 프레젠테이션(PT) 발표평가로 상위 5개팀만 남긴다. 이후 사업비·지원 내역을 최종 심의해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평가과정은 7월말까지 마치며 숨가쁘게 이어질 예정으로 8월 초까지 최종 5팀이 확정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평가단은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로 골고루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차 15개 팀을 대상으로 서류 적합성 심사를 거친다. 서면평가에서 10개팀이 추려질 예정이고 3차 발표평가와 사업비 심의를 통해 최종 5개팀을 선정한다. 최종 선정팀과 협약을 체결해 본격 지원을 시작한다.
과기정통부는 최종 합류팀의 명단과 상세한 컨소시엄 정보 등은 협약 체결 이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해외 거대 AI플랫폼 종속을 벗어나 기술·디지털 주권을 확보할 유일한 통로가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에 있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대규모 ‘AI 추격전’에서 한발 앞서겠다는 전략 의지를 밝혔다. 해외 빅테크와 같은 초거대 언어모델(LLM)의 국산화를 위해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 전문 인재 등 각종 자원을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솔루션 미세조정이 아니라 ‘설계부터 사전학습까지 순수 자체 AI 모델 개발’을 명시해 해외 모델 파인튜닝 형태의 차용을 원천 배제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평가 지표에는 ‘국산 AI 반도체(가속기) 활용 계획’도 포함돼 AI 연산에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 육성 역시 정책 패키지로 엮인다. 정부는 컨소시엄마다 자유롭게 GPU·데이터·인재 수요와 조달계획, 혁신 활용모델을 제시하게 하며 하나의 기업이 복수 컨소시엄에 들어갈 수 없다는 배분 원칙도 함께 명기했다.
이번 프로젝트 최종 선정팀엔 국가 지원이 집중 투입된다. 데이터셋 확보부터 GPU 슈퍼컴 등 인프라, 전문 인력, 평가·검증 생태계까지 전방위로 지원한다. 추후 정부 주도로 공공분야 챗봇, 상담 도우미, 산업 특화 모델, 거대멀티모달 모형 등 실전 서비스로 뻗어나가 산업 전반과 사회에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정망했다.
정부는 K-파운데이션 모델로 대한민국 디지털 주권을 확립할 계획이다. 해외 기업이 개발한 LLM으로는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뼈대를 못 세운다는 위기의식이 정책 뒷배경에 깔린 셈이다.
반면 국가대표 AI 프로젝트가 ‘생성형 인공지능’ 중심이란 점에서 아쉽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선 “국가대표 AI 선정이 생성형 모델 한정으로 좁혀진 데 아쉬움이 있다”, “언어·이미지 등 생성형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응용·특화형 AI 등 국내 산업맞춤형 역량의 기회는 제한된다”는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