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IMA 신청 접수···시행령 개정 입법 예고
자기자본 8조 이상 미래에셋·한투證만 신청 가능
IMA 인가시 자기자본 200%→300% 활용 가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금융당국이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하위규정 개정을 예고하면서 조만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금융당국에 IMA 인가 신청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IMA는 금융당국이 2011년부터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며 준비한 제도로 고객의 원금을 보장하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IMA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 대비 레버리지 한도를 300%까지 높일 수 있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 국내 최초 IMA, 미래에셋證 vs 한투證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에 IMA 지정 신청을 내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1일부터 IMA 지정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 접수 후 빠르면 올해 안에 지정을 마치고 내년부터 IMA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IMA는 고객이 돈을 맡기면 증권사가 고객에게 예탁받은 자금을 통합 운용해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는 상품이다. 고객들은 은행예금처럼 원금이 보장되지만 이자는 고정 금리가 아니라, 증권사 운용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폐쇄형으로 최소 1년 이내 중도 인출은 불가능하다.
IMA는 지난 2016년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만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자기자본 기준이 결정됐다. 하지만 하위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개시 시점이 불투명한 채 9년이 흘렀다.
금융당국은 올해 4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IMA 출시를 위한 시행령 및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이달 1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 입법을 예고하면서 세부 절차를 마무리했다. 시행령·규정 개정안은 다음달 25일까지 입법 예고를 거친 다음 공포 후 시행된다.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뿐이다.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9조9124억원이고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9조965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모두 IMA 인가 신청을 낼 예정이다.
◇ 양강 체제 굳어지나
지난 2016년 8월 당시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은 발행어음 사업을, 8조원 이상은 IMA를 허용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당시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었던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2곳뿐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과 합병으로 그해말 자기자본이 6조6657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당시 2위는 NH투자증권으로 4조5000억원, 3위는 KB증권(현대증권과 합병 후)으로 3조8000억원, 4위는 삼성증권(3조4000억원), 5위 한국투자증권(3조2000억원) 순이었다.
당시 자기자본 8조원이 가능하다고 평가받았던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했다.
하지만 이후 증권사마다 유상증자와 합병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렸고 2017년 6월말에는 증권사 자기자본이 미래에셋증권 7조1498억원, NH투자증권 4조6925억원, 한국투자증권 4조3450억원, 삼성증권 4조2232억원, KB증권 4조2162억원 순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2017년 11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에만 발행어음을 승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로 자기자본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됐고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빠르게 자기자본을 늘려갔다. 이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던 카카오뱅크 지분도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기면서 한층 성장이 가팔라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발행어음 인가가 늦어지자 바로 IMA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불허와 세부 시행령 미비로 실패했고 자기자본 증가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이번에 IMA 인가를 받는다면 다른 증권사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의 자본 활용이 가능해진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조달할 수 있지만 IMA는 300%까지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10조원 가량을 더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 구조상 증권사들의 IMA 관련 수익성은 1%p 내외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