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적극 검토”···재초환·용적률 완화에 기대감 커져
공공기여 병행 강조···서울시 기조와 유사
업계 “공공성과 사업성 균형이 최대 관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이재명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윤덕 후보자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식 언급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김 후보자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 상향 등 개발 인센티브 제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공공임대와 공공기여 확대도 함께 강조한 만큼, 개발 이익과 공공성 사이의 정책 균형점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최근 첫 출근길에서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이재명 정부의 공급 전략이 신규 개발보다는 도심 정비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기존 계획 고도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3기 신도시가 토지보상과 기반시설 문제 등으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도심 안에서 비교적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다시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 방안으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와 용적률 상향 등이 거론된다. 재초환은 정비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재초환은 조합원이 재건축을 통해 얻는 이익이 8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최대 50%를 정부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원들은 자재값 상승과 공사비 증가로 시공사에 지급해야 하는 분담금이 이미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재초환 부담금까지 더해지면 사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용적률 상향 역시 조합과 건설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규제를 완화하면 사업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공급 속도도 빨라질 수 있어서다. 김 후보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2015년 일정 범위 내 토지건축주가 서로 합의하면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용적률 거래제를 추진했다. 집값이 급등한 문재인 정부 때는 용적률을 완화해 서울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되 공공임대 공급과 기반시설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요소도 함께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용적률 완화 방향으로 가되, 공공의 이익을 잘 살펴 진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업계는 정비사업의 숨통을 트되 민간에만 이익이 가는 방식보다는 공공성과의 절충점을 찾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적률 상향이나 초고층 허용 등 정비사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임대주택 기부채납이나 기반시설 기여를 요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는 서울시의 최근 정책 흐름과도 유사하다. 대표적으로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통합심의’를 통해 정비계획 변경안을 조건부로 승인받았다. 통합심의는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행정절차를 한 번에 묶어 처리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공공임대 확보나 기반시설 기여 등 공공기여를 함께 유도하고 있다. 김 후보자가 강조한 “공공과 민간의 균형”이라는 표현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잠실주공5단지에 용적률 300% 상향과 최고 50층 허용을 승인해주는 대신 고층부에 임대주택을 배치하는 내용을 정비계획에 반영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조합이 서울시가 요구한 공공기여를 수용하면서 잠실주공5단지는 통합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기조는 향후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정비업계는 정부가 제시할 공공기여 기준의 유연성과 구체성이 사업 추진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역별 여건이나 사업 규모에 따라 맞춤형 조율이 가능하냐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이 주어진다고 해도 임대주택이나 기반시설 기부채납 부담이 지나치면 조합 입장에서는 차라리 규제 완화 없이 가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정부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점을 현실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과 함께 수도권 유휴부지 활용도 김 후보자가 내세우는 주택 공급 방안 중 하나다. 공공청사, 주차장, 노후 공공시설 등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들 부지는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신도시보다 빠르게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교통 접근성이 우수하고 생활 인프라도 구축돼 있어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다. 공공이 직접 부지를 확보해 공급하는 만큼 기획 단계부터 임대·분양 물량 조절도 수월하다. 국토부는 실제로 수도권 내 유휴 국공유지를 중심으로 공공주택 후보지를 꾸준히 발굴해왔으며 김 후보자 체제에서도 관련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국토부 새 인선 조합도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윤덕 장관 후보자는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치력과 정무적 조율 능력이 강점이다. 정비사업과 주택공급 등 갈등 조정과 정책 방향 설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재정비 정책 기획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강희업 2차관은 대광위원장을 지낸 교통 전문가로 수도권 광역 교통망 연계 정책을 주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