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찾는 것이다. 오늘날의 다이어트 트렌드를 살펴보며,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이어트를 실천해 보자. 

Images by 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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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는 유행이 있다. 클래식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다가 힙합 패션이 유행하고, 다시 캐주얼로 돌아오듯, 다이어트 방식에도 시대마다 트렌드가 있다. 오늘날 주목받는 다이어트 방식은 무엇이며, 노화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다이어트로 실천하는 ‘저속노화’
최근의 다이어트 트렌드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화를 늦추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 무리한 감량으로 인한 요요 현상은 오히려 노화를 촉진하고 몸을 해치지만, 꾸준하고 체계적인 감량은 세포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신진대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텔로미어(Telomere)’는 염색체 양 끝에 있는 DNA와 단백질 복합체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점점 짧아진다.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세포 분열 횟수가 제한되고 노화가 진행된다. 2023년 중국 난징 대학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급격히 살이 빠졌다가 다시 찌는 경우, 텔로미어를 단축해 세포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체계적으로 살을 빼면 텔로미어 길이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탈리아의 명문 모데나레지오에밀리아 대학교의 2016년도 연구에서는 6개월간 체중을 감량한 비만 환자들의 텔로미어가 길어지는 변화를 확인했다. 특히 감량 폭이 큰 환자일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더 많이 늘어났다. 비만과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으로 요요 현상이 일어나면 노화가 앞당겨지고, 건강한 감량은 세포 노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 결과였다.

주목받는 신약, 위고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다이어트 치료제 중 하나가 바로 ‘위고비(Wegovy)’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주사제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성분을 이용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우리 몸에서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ucagon-Like Peptide-1, GLP-1)’이라는 호르몬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GLP-1을 인공적으로 흉내 내는 이 약물은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식사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위고비의 감량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2021년 세계적인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가 대표적.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하며 위고비를 주 1회 투여한 비만 성인은 약 1년 4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체중의 14.9%를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가짜 약을 투여받은 위약 대조군은 평균 2.4% 감소에 그치며 위고비의 탁월한 감량 효과를 보여주었다.

위고비의 부작용 하지만 모든 약이 그러하듯, 위고비에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계열의 약물은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 복통 같은 위장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췌장염이나 담석 발생 위험도 보고된 바 있다. 영국의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 게재된 2024년 연구에서는, 위고비로 감량한 체중 중 40% 정도가 근육 손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적인 부작용도 우려된다. 대만 중산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GLP-1 호르몬 계열 약물은 뇌의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주어 여성의 경우 정신질환 위험이 약 2배, 우울장애 발생 위험은 약 3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위고비 투약을 중단했을 때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 요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영국 리버풀 의과대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등 10여 개 의학대학이 공동 진행한 2022년 연구에서는, 위고비 투약을 중단한 사람들은 1년 안에 평균적으로 11.6%의 체중이 다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약물 투약으로 감량한 체중의 상당 부분이 돌아온 수치다.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비만하거나 과체중으로 건강상 문제가 있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위고비 투약을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신 다이어트 트렌드: 식사법의 전환
2020년, 세계 3대 과학 저널〈네이처(Nature)〉에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다이어트 연구자 50명이 선언문을 공동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체중을 줄이기 어렵다. 체중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식사량과 운동량 외에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소화기관의 흡수 능력, 장내 호르몬의 작용 등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이다. 또한 칼로리 소비 역시 신체 활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때 다이어트의 진리처럼 여겨졌던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라는 말은 더 이상 해답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단지 체중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화를 늦추고 신체 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다이어트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간헐적 단식 2012년 영국 BBC 방송에서 처음 소개된 ‘간헐적 단식’. 대한민국에서는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하루 중 일정 시간에만 음식을 섭취하고, 나머지 시간은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음식을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이 인슐린은 지방을 저장하는 작용을 한다. 간헐적 단식 습관을 유지하면 인슐린 민감도가 높아져 적은 양의 인슐린으로도 혈당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되고, 신체가 저장된 에너지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2019년도 연구는, 간헐적 단식은 복부 지방을 줄이고 항노화, 항암 효과는 물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오래 사는 것을 연구하는 ‘장수학’의 권위자인 생화학자 발터 롱고(Valter Longo) 박사가 제안한 ‘단식 모방 다이어트(Fasting-Mimicking Diet, FMD)’도 간헐적 단식의 한 형태다. 하루 섭취 열량을 800kcal에서 1000kcal 정도로 제한하고 저열량, 저탄수화물, 고불포화지방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해 몸이 단식 중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식사법이다. 2024년〈네이처〉에 실린 임상시험 결과에서는 FMD를 한 달에 단 5일, 3개월간 실천한 것만으로도 염증 등 면역계 노화 지표가 개선되었으며,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지고 신체의 생물학적 나이가 젊어지는 등의 효과가 확인되었다.

혈당 다이어트 ‘혈당’은 혈액 속에 녹아 있는 포도당, 쉽게 말해 핏속을 떠다니는 설탕이다. 우리 몸 곳곳에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전달되어 연료로 사용된다. 그런데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췌장에서 자연스럽게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남은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전환해 세포에 저장하기도 한다. 게다가 혈당이 높을수록 노화를 촉진하는 물질인 ‘당독소(AGE)’가 더 많이 생기며, 당뇨병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바로 ‘혈당 다이어트’다.
간단하게도, 혈당 다이어트의 대표적 방법은 바로 설탕을 줄인 식단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2024년도 연구에서는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하고 당분이 적은 식단을 유지한 사람들은 세포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었고, 생물학적 나이 역시 실제보다 젊게 나타났다. 반대로 설탕을 많이 섭취한 그룹은 세포 손상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노화 속도도 빨랐다. 또한 식사 순서를 조절하는 ‘밀 시퀀싱(Meal Sequencing)’을 실천하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소화 속도를 늦추는 섬유질과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은 마지막에 먹는 방식으로,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도와줘 체중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건강한 다이어트란
의사로서 최근의 다이어트 트렌드를 보면 드디어 올바른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과거의 다이어트는 체중계의 숫자에만 집착한 나머지 먹는 양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운동량을 과도하게 늘리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오히려 신체가 칼로리 부족에 적응하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고 체지방이 빠지지 않게 되는 대사 적응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그 결과, 요요 현상이 반복되고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이 뒤따르곤 했다. 체중계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의 변화를 바라보는 일이다.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허리둘레, 체력 변화 등 몸이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를 꾸준히 점검하자. 무리한 단식이나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처럼 극단적이고 일시적인 방법은 피하고, 일상에서 작지만 꾸준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신 다이어트 트렌드는 이처럼 건강한 신체 변화에 대한 현대인의 니즈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만약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먼저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그리고 그 여정에서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이어트는 평생 건강을 관리하는 과정의 시작이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통해 노화를 늦추고, 더 활기차고 균형 잡힌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한의사 김희준 @sal____b
청주 봄온담한의원 대표원장으로, 비만 진료 임상 경력 16년 차이며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동의보감》 영역 작업에 참여했고, 아랍에미리트에서는 현지 의사 대상 보수교육을, 도쿄에서는 주일본국 대한민국 대사관 초청 강연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한방 비만 치료의 우수성을 알렸으며, 현재 18만여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살빼남’을 통해 다양한 건강 상식을 전하고 있고, 저서로는 《무엇이든 살 빼드립니다》가 있다.


CREDIT INFO

editor    신문경
words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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