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난달 몰린 '막차' 수요 아직도 심사 중
"월말 되면 6월과 비슷한 규모로 늘어날 수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이달 초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미 계약이 이뤄진 주택매매와 관련된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에 대한 심사와 승인이 이번달에도 계속 이뤄지고 있기에 당분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5조7260억원으로 6월 말(754조8348억원)과 비교해 8912억원 불었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이번 한달 동안 2조7600억원 정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지난달 증가액(6조7536억원)의 40%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이 600조8023억원으로 이달 10일 동안 1조3773억원 늘었다. 6월의 72% 수준인 하루 1377억원으로, 주담대 증가 속도 감소 폭이 전체 가계대출보다는 작았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3887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1조876억원 급증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다만 가계대출 집행의 선행지표인 은행별 대출 신청 승인 추이에는 아직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증가한 곳도 존재한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A 은행의 주담대 신청 승인(서류접수 후 심사 완료 기준) 건수와 금액은 각 3723건, 1조355억원으로 하루 평균 372건, 135억5000만원씩 승인이 이뤄졌다. 6월엔 총 8790건·2조2399억원으로 하루 평균 293건·746억6000만원이 이뤄졌다. B 은행도 같은 기간 총 주담대 하루 승인액(1466억원)도 전월(1033억원)을 넘어섰다.
은행은 가계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신청이 크게 몰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시행됐고, 지난달 27일엔 정부가 부동산 대출 대책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출 막차를 타기 위한 수요가 지난달 크게 늘었다.
당시 급증한 대출 신청 건수를 은행이 순차적으로 심사하고 승인하는 까닭에 이달에도 많은 대출 승인 건수가 발생하고 있단 것이다. 승인된 대출 건은 보통 1∼2개월 시차를 두고 대부분 실제로 실행된다. 더구나 주택담보대출 실행이 주로 월말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8~9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택시장 과열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8∼9월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전산 시스템 정비 문제로 지난달 말부터 막혔던 6월 28일 이후 주택 계약 건과 관련한 주담대나 비대면 신용대출 등이 대부분의 은행에서 이번 주부터 다시 시작되는 점도 변수다. KB국민은행은 6월 28일 이후 계약 건에 대한 주택구입자금용 주담대 신청을 지난 11일 오전 9시부터 대면·비대면 채널에서 다시 받기 시작했다.